술 권하는 사회
술 권하는 사회
  • 안도 문학평론가
  • 승인 2023.10.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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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문학 평론가
안도 문학 평론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일상생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술이다. 술이 없다고 살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술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질없는 상상이지만 사람들은 아마도 살기가 매우 삭막한 나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들은 거대한 자연 속에서 한없이 무력해 보인다. 그런데 힘은 없고 가슴이 왜소하더라도 술에 취한 마음은 우리에게 낙관과 희망 그리고 마음의 정화와 창조의 유연성을 준다. 그래서 예술인들 특히 문인들은 그 자유분방한 기질로 인해 술을 사랑하는 무리의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생의 이면사는 바로 술의 역사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데 술도 음식이니 마실 때는 때와 장소에 따라 법도가 있다. 이 법도를 알기 위해서 꼭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실수가 적고 예절 바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법도란 무엇일까?

첫째, 술은 ‘하늘’에 비유되고 술잔은 ‘마음’에 비유되며 안주는 ‘땅’에 비유된다고 한다. 그래서 술잔을 돌리는 것은 그 사람에게 ‘마음’도 줄 수 있다는 다정감의 표시지만 자주 돌리면 정분이 요동하니 삼가야 한다. 그리고 ‘잔을 받았을 때는 곧 돌려줘야 한다.’ ‘잔을 몇 개씩 받고 있는 것은 실례다. 남의 마음을 오래 잡고 있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 술을 마실 때 남의 빈 잔을 먼저 채우는 것이 인(仁)이고, 먼저 잔을 들어 상대에게 따르는 것은 인(仁)을 행하는 지극히 아름다운 행위다.

셋째, 잔을 한 번에 비우는 것을 명(明)이라 하고, 두 번에 비우는 것은 주(周)라 하고 세 번에 비우는 것을 진(進)이라 하며 네 번에 비우는 것을 지(遲)라 하는데 아홉 번이 지나도 잔을 비우지 못하면 술을 마신다고 하지 않는다.

넷째, 술을 마심에 있어 먼저 네 가지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 건강하지 않으면 술독(毒)을 이기기 어려우니 마시지 말고, 기분이 평정되지 않으면 술의 힘을 이길 수 없으니 마시지 말고, 시끄러운 곳,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 햇볕이 많이 쬐는 곳에서는 마시지 말며, 새벽에는 만물이 깨어날 때이므로 이때 마시면 잘 깨지 않고 몸을 상하게 되니 마셔서는 안 된다.

다섯째, 천하에서 인간이 하는 일 중에는 어려운 것이 많지만 제일 어려운 것은 ‘술 마시는 일’이다. 그다음은 여색(女色)을 접하는 일이요, 다음은 벗을 사귀는 일이며, 그다음은 학문(學文)을 하는 일이라 한다.

여섯째, 말을 하지 않아야 할 사람과 말을 하는 것은 말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말할 사람과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권하지 않아야 할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술을 잃는 것이요, 술을 권할 사람에게 술을 권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군자는 술을 권할 때는 그 사람을 잘 살펴야 한다.

일곱째, 술에 취해 평상심을 잃는 자는 신용이 없는 자며, 우는 자는 인이 없는 자며, 화내는 자는 의롭지 못한 자고, 소란한 자는 예의가 없는 자이며, 따지는 자는 지혜가 모자라는 자다. 이런 까닭에 속인(俗人)이 술을 마시면 그 성품이 드러나고 도인(道人)이 술을 마시면 천하가 평안하다. 속인은 추하게 마시며 군자는 아름답게 마신다. 술은 만만치가 않아서 지혜롭게 다룰 줄 아는 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 다가올 연말연시부터라도 군자답고 지혜롭게 한번 마셔보자. 마음 맞는 친구들과 어울려 내일의 활력을 위해 한 잔 하는 것도 좋겠지?

안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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