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창조한 악보(희로애락의 삶)
신이 창조한 악보(희로애락의 삶)
  • 나아리 전북영화인협회장
  • 승인 2023.10.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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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리 전북영화인협회장

 필자는 사람들에게 용돈을 모아 고가의 피아노 연주회 티켓을 예매하고 공연을 보러 갔다는 가정하에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연주회 시간이 십 분이 든 한 시간 공연이든 연주자가 도레미만 반복해서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연주하고 있다면 어떨 것 같은지 질문하자 “환불을 요구한다. 관계자에게 항의한다. 빈 물병을 집어던진다. 조용히 자리를 뜬다. 돈 아까워서 쓰린 마음을 부여잡는다.” 등 다양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피아노 연주와 마찬가지로 한 편의 장편영화도 기, 승, 전, 결, 즉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 있어야 관객들을 카타르시스로 이끌 수 있는 것이지 기, 승, 전, 결 없이 밋밋한 전개만 보여주고 있다면 정말 그 영화는 재미없는 스토리가 될 것이고 관객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그래서 악보도, 시나리오도 희로애락의 변주가 전개되어야지 깊이가 생기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인물들이 울고만 있다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고만 있다면 깊이가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하기 어렵다.

인간도 작곡이나 허구의 스토리를 창작 할 때 다양한 감정과 다양한 스토리들의 확장을 생각하는데 만약 신이 있다면, 그 신이 지구와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에게 지구에서의 삶을 살아가게 한다면 어떨까?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신에게 제의를 지내며 천재지변에 대한 불가항력의 현상들에 대해 안위를 부탁하면서 기도를 드렸다. 주변에 아픈 사람들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신에게 왜 유한하고 짧은 인생을 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 편안하게 안전하게 살다 부름을 받고 떠날 수 있게 자비를 베푸시지 질병과 재난 등을 통해 근심 걱정을 삶에 동반자로 주셨는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원시시대도 그런 질문들에 답을 얻고자 제의식을 지내고 현대에는 각종 종교로 진화하여 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있다. 신은 인간이 무미건조한 도레미만 연주하는 삶을 통해 깨달음과 삶에 대한 완성도를 높일 수 없다 판단하신 건 아닌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

요즘 자라나는 청소년들 급식실에 들어가 보면 배식판에 야채는 전혀 담지 않고 지나치는 학생들이 많은 걸 볼 수 있다.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을 때 종종 나물 등을 권하며 건강해지려면 달고 입에 맞는 음식만 편식하지 말고 입에 쓴 나물 등 골고루 먹어야 육체가 건강해진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해주는 이야기인데 아이들은 잘 알지 못한다. 신도 인간에게 사랑의 마음에서 영적으로 건강해지라고 희로애락을 주신 건 아닐까?

기쁨과 즐거움만 우리는 받고 싶은데 분노와 슬픔도 주신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쓴 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인생의 역경 또한 우리의 인격적 성장과 인생의 감사한 부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을 더 강하고 지혜롭게 만들어주는 계기로 반영될 수 있다 생각하시고 희로애락을 인간의 삶에 동반자로서의 선물을 하신 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지구라는 도화지에 우리 인간이 음계로 작품을 함께 그리는 것이라면 종교에서 말하는 나눔과 무소유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과 하나가 된다. 나의 행동과 생각은 다른 존재와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미치고 이것은 인간의 자아 중심적인 사고를 깨끗이 벗어나 다른 이들에 대한 이해와 연민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음계 하나만 존재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낮은 음계, 높은 음계, 빠른 음계, 느린 음계들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때 완전한 작품이 되듯 인간도 함께하면서 겪는 느림과 빠름, 행복과 역경의 과정들을 함께 불협화음이 아닌 화합으로 그려나갈 때 세상은 무미건조하고 기계 같은 삶이 아니라 진정한 생명력과 깨달음 등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나아리<전북영화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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