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3.10.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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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다단(複雜多端)하다. 여기서 ‘복잡다단’이란 “어떤 일이 단순하지 않고, 여러 요인들이 뒤섞이고 꼬여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어지럽다”는 뜻이다. 대개의 일은 단순하지만, 어떤 일들은 크게는 국가간, 지역간, 이해집단간, 계층간, 소득계층간, 작게는 개인간 이해가 뒤섞여 어느 것 하나 쉽게 풀리지 않는다.

세상의 수많은 복잡다단한 문제와 혼란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많은 현자들이 이 문제를 풀어 보려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의 한 신문사인 런던타임스도 이러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런던타임즈는 영국에 있는 유명 작가들에게 ‘무엇이 이 세상의 문제인가?’ 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응모했다. 수많은 작가들이 신문사에 응모했지만 당선작으로 뽑힌 것은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인 G. K. 체스터턴의 에세이였다. 그가 쓴 내용은 “I am…(접니다.)” 에세이가 몇 단어에 불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렬하다.

이 세상의 복잡다단한 문제와 혼란의 출발점은 바로 ‘나’라는 G. K. 체스터턴의 에세이에 공감한다. 문제의 출발점이 ‘나’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열쇠도 바로 ‘나’에게 있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 성공을 위해서는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된다고도 한다. 우리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며 살아간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 자신과도 싸워 이겨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모든 문제를 인정하고 풀어가기보다는 억누르고 견디는 식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내가 어려워도 내 문제는 나 혼자 참고 견디면 해결된다는 식이다. 그렇게 해서는 자신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자신의 문제를 풀려면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자신이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인 자존감이 필수적이다. 자존감은 자신감과 다른 개념이다. 자신감은 특정한 일이나 활동을 잘해낼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지만, 자존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존감은 남들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비교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무엇을 꼭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잘하려고 하는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영역에서는 자신감이 넘치겠지만, 잘하지 못하는 영역에서는 크게 위축될 수 있다. 공부나 운동은 잘하지 못하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학교를 즐겁게 다니는 학생은 자존감이 높다.

자존감이 낮고 자존심이 높은 사람은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의 자존감은 자기를 바라보는 자기의 시선과 관련된 마음이고, 자존심은 자기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과 관련된 마음이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행위와 업적을 통해 자존감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어서 자존감보다는 자존심에 목을 매게 된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자존감이 불안정해지면 자기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내맡기게 된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게 되고 자신에 대한 타인의 거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자존심을 견디지 못한 사람은 이 지점에서 폭력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자존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지 경험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겨난다.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존감을 높이는 일은 자신의 존재를 믿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존재감은 행동이나 업적을 통해서 증명해야 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미국 심리학자 칼 랜섬 로저스(Carl Ransom Roges)는 사람들에게는 자기긍정확언(self-actualization tendency)이라는 잠재된 성장의 욕구가 있다고 한다. 그는 “참 고마운 일이야, 나는 참 행복해, 못할 것도 없지, 난 참 풍족해, 감사해”와 같은 긍정적인 문장을 혼잣말로 말하다 보면 그것이 부정적인 생각에 변화를 주게 된다고 한다. 자신을 향한 긍정적인 메시지는 문제행동을 개선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긍정적인 기분상태를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자기 메시지를 받아들일 때 인지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행동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난다.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은 <천개의 문제, 하나의 해답>이라는 저서에서 “받아들임의 4가지 방식으로 나의 존재 받아들이기, 내 마음 받아들이기, 삶과 현실 받아들이기, 타인을 받아들이기”를 제안하고 있다.

세상에 수천, 수만 가지의 문제가 있지만 자신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면 이것을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존감이 높은 사회를 만들어 가야겠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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