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오형제
독수리 오형제
  • 염영선 전라북도의회 대변인
  • 승인 2023.10.16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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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영선 전라북도의회 대변인

 “추석이면 조상님 벌초를 하는디 친구와 함께하는 이까짓 삭발이 대수여….” 얼마 전 정읍 갑오동학혁명 백주년 탑에서 필자의 친구, 병철이를 비롯한 5명이 우정의 삭발식에 동참했다. 환갑이 가까워진 나이에, 낼모레면 추석인데, 말이 삭발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상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다’.

 이웃이 오염물질을 버린다고 책망하는 가족을 1+1=100이라 우긴다며 나무라는 가장이 어디 있는가. 제국주의에 맞서 사회주의가 수단인 시절, 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장군을 공산주의자라 매도하는 지도자는 제정신인가.

 야당 대표가 단식으로 입원하던 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나갔다. 무도함의 극치다. 전 구청장의 귀책사유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대통령은 당사자를 3개월 만에 초고속 사면했고, 바로 그이는 나흘 만에 출마 선언했다. 후안무치의 극단이다.

 지난 10월 11일 진교훈 후보의 당선은 그간 윤석열 대통령의 독선과 현 정부의 실책에 대한 민심이 아닐 수 없다.

 “오메~ 그 양반 몸도 안좋은디, 어떻게 추석 연휴 내내 굶긴다요” 국주영은 의장은 전북 예산 삭감에 맞서 추석연휴에 전북도의회 릴레이 단식에 돌입했다. 필자를 비롯한 5명의 의원이 동조 단식을 자청했다.

 전북도를 무시해도 유분수다. 대통령은 굳이 새만금 잼버리대회 개영식까지 참가해 유세를 떨 땐 언제고 잼버리가 파행으로 끝나니 나몰라라 책임을 전가했다. 더 가관은 예산으로 장난치며 전북도민의 자존에 치명상을 입혔다. 전북도가 파행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소지가 명백한 중앙정부의 책임까지 독박 쓰는 건 억울하다. 그 핑계로 예산까지 깎이는 건 억장이 무너진다.

 추석 명절임에도 도지사와 교육감을 비롯한 많은 정관계 인사와 도민이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가장 인상적인 방문은 이현석 전주시 농아인협회장을 비롯한 농아인이었다. “전북이 봉입니까? 불러만 주십시오. 삭발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함께하겠습니다.” 농아인들의 격분이다. 필자는 수화가 이토록 구체적이며 저토록 감수성 있는 언어인 줄 몰랐다. 수화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자 가장 아름다운 만국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다른 방문은 필자 딸, 남친과의 첫 상면이다. 딸로부터 인사 올 거라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동조 단식의 선약과 공약이 우선인지라 농성장에서 상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단식하는 줄 아는가” “새만금 예산 삭감 때문인 줄 압니다.” “반은 맞고 반을 틀리네…, 그까짓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 때문이네….” 서울이 출생지이자 서식지인 딸의 남친과의 짧은 면담이다.

 자고로 아내가 이쁘면 처갓집 지붕도 좋아 보이는 법이다.

 전북도는 조국의 독립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한반도 어느 지역보다 피와 땀이 서린 애족·애국의 땅이다. 그 희생에 보상을 받지 못할망정 이렇게 무시와 멸시를 당해야 하는가. 분노하지 않을 수 없고 저항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판국에 전북도민이면 누군들 삭발·단식하지 않겠는가. 이 시국에 도의원을 비롯한 도민은 누군들 독수리 오형제를 자처하지 않겠는가.

 “사람은 저항함으로써만 자신을 확정해 나간다.” 실존주의 대표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사르트르의 말이다. 어디 사람만 그러하겠는가.

 염영선 <전라북도의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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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전북 도의회 수준 2023-10-16 11:09:13
염영선 당신은 입다무는게 대변인의 역할을 다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