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가해진 예산폭력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새만금에 가해진 예산폭력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이춘석 前 국회의원
  • 승인 2023.10.12 16: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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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새만금 예산의 8할을 잘라냈다. 예산으로 재정자립도 최하위 23.8%인 전라북도의 목을 조른 것이다.

 이제 예산은 정부를 떠나 국회의 시간이 되었다.

 국회에 제출한 예산을 살펴보니 예결위원장의 지역구인 전남은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속에서도 무려 3천878억원이 증가했다. 현재 새만금공항과 형평성 문제로 자주 언급되는 서산공항은 예결위 간사의 지역구인 충남이다. 물론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이 당정협의회에서 살려낸 예산이지만 민주당 간사의 입장이 궁색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으로 보면 과연 새만금에 대한 예산 폭거를 호남으로 확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고 서산공항은 민주당이 지렛대 삼기도 어려운 형편이 되어 전북만 고립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번 새만금예산의 최종삭감은 결코 잼버리사태의 즉흥적인 화풀이 같은 것이 아니다. 전략이라 치더라도 야비하고 잔머리라기엔 교묘하다. 호남으로부터 전북을 분리하고 새만금예산을 전국에 뿌려 새만금예산의 원상회복을 시도할 때마다 다른 지자체가 대신 경계하고 반대하도록 치밀한 구도를 짰다.

 새만금예산이 대폭 잘려나가면서 수혜를 본 지역에 민주당이 후보들도 있어 싸움이 격해질수록 적전분열의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가 요구하는 국정조사는 걸음마도 떼지 못했고 감사원 감사는 이미 착수되었다. 국회단계 2차전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이유를 지뢰처럼 깔아놓은 것이다.

 새만금은 국책사업인데도 지속적으로 지자체가 챙겨온 이상한 사업이다. 국책사업이라면 계획된 일정에 따라 예산이 수반될 일이지 지자체가 예산 통과에 목을 맬 일이 아니다.

 정부의 방관 속에서 새만금은 어느덧 전북의 급소(急所)가 되었다. 급소는 조금만 상해도 생명에 지장을 주는 곳이다.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탓에 노출되면 여지없는 치명적 약점이 된다. 윤석열정부는 바로 이곳을 파고들었다.

 그렇다면 새만금에 가려진 ‘예산폭력’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전북이 쥔 카드는 많지 않다. 먼저 각 상임위에서 넘긴 정부 예산안을 사실상 최종적으로 삭감하는 ‘계수조정소위’에 들어가야 한다. 여야 15명으로 구성되는 만큼 이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헌법상 정부예산 삭감에만 권한이 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예결위 간사였을 때 나는 대통령실과 여권 실세의 예산을 잡았다. 그것을 지렛대로 필요한 예산을 증액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다만 전북 새만금이 다른 지역 예산의 발목이 된다는 이미지가 되어서는 이길 수 없다. 어떤 예산을 잡을 것인지는 분명하다. 민주당 내 분열을 막고 전북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새만금의 예산이 흩뿌려진 다른 지역 SOC를 잡는 것은 자충수다. 명분이 분명할 것, 특히 대통령과 직접 관련되어 저들이 꼼짝달싹할 수 없는 예산을 잡을 것, 이 두 가지가 기본 원칙이 돼야 한다.

 다음은 증액 단계다. 전북 예산은 예결위원장이 직접 챙겨야 한다. 감액에서 증액 단계로 넘어갈 때 위원장과 간사, 계수소위원들은 챙겨야 할 지역도 함께 안배한다. 새만금 예산 8할이 잘려나간 것은 당시 전북 예산을 챙길 책임소재가 명확지 않았던 탓도 있다.

 계수조정소위는 삭감 작업이 마무리되면 힘을 잃는다. 증액 단계는 양당 예결위 간사가 진행하게 된다. 민주당은 현재 예결위원장이 있는 만큼 위원장에 무게가 더 실린다.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전북 계수소위원이 전북 예산을 챙기더라도 위원장의 힘이 얹어져야 한다. 예산 리스트를 넘겼다가 ○×를 받는 수위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전남 예산 챙기듯 똑같이 해야 한다. 예결위원장실과 간사실에 전북 직원이 상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도 필수다.

 마지막 단계는 결국 원내대표단의 몫이다. 끝내 타결되지 않는 쟁점 예산은 예결위가 아닌 여야 대표단의 협상으로 넘어가게 돼 있다. 국민의힘은 긴축재정으로 이미 찢어발겨진 새만금 예산을 복원할 여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여야는 새만금 외에도 챙길 민생예산이 많다. 결국 새만금 예산을 협상의 우선순위에 들게 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전북도민의 응원이다.

 그간 표만 주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전북의 설움이 총선 때 어떤 향배를 보일지 알 수 없다. 예산 정국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만은 명약관화하다. ‘전북은 만만한 지역이 아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전북을 지켜야 한다.’ 민심은 애달프고 절박하다.

 2023년, 민주당의 전북에 대한 진정성과 전북 정치력이 이제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이춘석<前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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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 2023-10-15 21:04:38
전북 현역 의원님들
일 좀 하세요
ㅇㄹㅇㄹ 2023-10-13 11:51:32
옳은 말씀이고 1000% 공감합니다. 대체 이 지경이 되도록 민주당은 뭐했고 전북민주당의원들은 지도부에 입성도 못하고 예결위 간사나 예결위원장도 못한답니까? 바보들만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