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사회적 신뢰의 회복
사람과 사람 사이, 사회적 신뢰의 회복
  • 방극봉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3.10.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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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기본 조건이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그 안에서 신뢰를 기반한 상호작용을 하며 성장해왔다. 사회는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를 반복하며 변화와 성장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과거에는 생산에 필요한 물적 자본과 금융 자본이 중요했으나, 근래에 들어서는 그에 못지않게 인적 자본, 지식 자본, 자연 자본, 문화 자본,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카툼(Legatum)에서는 매해 세계번영지수를 경제, 기업환경, 국가경영, 교육, 보건, 안전?안보, 개인의 자유, 사회적 자본, 자연환경 등 9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고 각국의 순위를 발표한다. 이 싱크탱크 레가툼 번영지수(The Legatum Prosperity Index)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지수는 세계에서 107위로 나타난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것으로 사회적 신뢰가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인 대한민국의 사회적 신뢰가 매우 낮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낮은 사회적 신뢰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 분야인 것 같다. 최근 교육계에서는 교권과 학생의 인권, 학습권을 사이에 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이슈가 등장했다. 지난 8월 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일은 오랜 기간 누적된 교권 침해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교권 보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교권은 미래의 주인이자 시민인 학생을 잘 교육하기 위해 국가가 교원에게 위임한 권한이기에 당연히 학생의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 교권의 범위 내에 학생에 대한 체벌이나 모욕이 포함되지 않듯이, 학생 인권을 무기로 교사에 대한 폭력이나 폭언을 해서도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나의 인권도 존중되기에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상생과 상호 존중, 즉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따지고 보면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하는 관계인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 학교는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사회라는 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하고 상호작용하는 곳이다. 그래서 교육은 지식습득을 위한 수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사회에 한 인간으로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를 학습하고 학생 개인의 자아실현을 돕는 활동인 것이다.

 지난 9월 경산교육지원청에서 ‘교권 회복 지지와 학생 존중 상호신뢰 회복을 위한 다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교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지식과 기술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까지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 것이 우리 학부모인 것 같습니다. 내 아이가 소중하듯이 우리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믿고 존중하며 아껴준다면 더욱더 좋은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사회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기본 조건이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교사와 학생 사이, 교사와 학부모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결국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며 서로를 신뢰하고 상호 존중하는 사회적 신뢰 회복이 필요한 때이다.

 방극봉<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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