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에 선보인 우리 토종 종자
축제장에 선보인 우리 토종 종자
  • 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 승인 2023.10.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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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일 수원의 시민농장에서 도농 화합의 장인 ‘제32회 그린농업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는 수원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민들과 함께해온 행사로, 이날도 어김없이 수천 명의 사람이 행사장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명 나는 농악단 길놀이 공연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축제는 화합마당, 참여마당, 체험마당 등 다채롭게 구성됐으며, 스마트 농업관, 치유농업관, 친환경농자재관 등 새로운 농업기술이 소개됐다. 또한, 밀싹 심기, 우리쌀 꽃떡 만들기, 벼 탈곡, 떡메치기 등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됐다.

필자가 속한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농업에 이용되는 종자의 다양성과 우리 토종 종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에 참여했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보유 중인 식물자원 중 우수한 효능을 가진 종자나 재미있는 특징을 지닌 대표적인 종자 200여 점을 선보이며 종가의 가치를 알렸다.

전시된 종자 중에는 크기가 깨알보다 작고 까만 아마란스 씨앗도 있었다. 아주 작아 만지면 손톱 밑에 끼일 정도이고 가볍기까지 해 손바닥에 들러붙으면 떨어지지 않아 씨앗을 채취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어떤 관람객은 아마란스 씨앗을 가리키며 “너무 작아서 땅에 심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거 수확은 어떻게 해”라며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작기는 하지만 아마란스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체중감량과 콜레스테롤 조절 능력에 큰 효과를 보여 신이 내린 곡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마란스와 달리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는 종자로는 작두콩이 있다. 모양이 작두날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인데, 견학하는 아이들은 투명상자 속에 담긴 콩을 흔들고 소리를 들으며 관심을 보였다. 큰 콩이 신기한지 “엄청 커, 진짜 커”를 연발하며 콩 상자를 흥미진진하게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작두콩은 비염 치료, 면역력 강화, 혈관 증가 등의 효능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콩알부터 콩깍지까지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작물이다.

목화씨는 형태부터 신기하다. 얼핏 보면 그냥 솜뭉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솜털을 벗기면 의외로 단단한 씨앗이 숨어 있다. 진통과 피부 진정, 면역력 증강에 효과가 있어 최근에는 오일 제품으로 많이 개발되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목화씨를 만지며 “옛날엔 목화솜으로 만든 베개랑 이불이 최고였지” 하며 한참 동안 옛 생각에 빠지기도 하셨다.

호랑이 무늬가 새겨진 호랑이콩은 독특한 무늬 덕분인지 관람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싹이 자라면서 울타리를 타고 올라간다는 울타리콩이라고도 불리는데 맛은 밤처럼 구수한데 미네랄이 풍부하고 성장발육과 혈압조절에 좋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종자의 다양한 모양과 색상, 그리고 효능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이 관람객들은 종자를 직접 만져보고 흔들어서 소리도 들어보며 종자를 장난감처럼, 또는 교육 소재처럼 받아들였다. 농업인이나 귀농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은 새로운 품종 혹은 사업화할 종자가 있는지를 관심 있게 보았고, 어르신들은 옛이야기를 하며 종자에 얽힌 추억을 풀어놓기도 했다.

이번에 전시된 200여 종의 종자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토종 종자들이었다. 이 종자들이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에게 새로운 정보와 관심을 선물한 것은 분명했다.

사실 우리는 식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나 그 식물의 근본인 종자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 자원인지 잘 인식하지 못한다. 맛있으면, 그리고 영양이 풍부하면 되지 그 종자가 토종자원인지 외래자원인지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폭염, 폭우 등 극한 자연재해가 계속되면서 인류의 먹거리는 위협을 받는 중이다. 미래뿐만 아니라 당장 내년에도 어떤 기상이변이 우리 먹거리 생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종자를 잘 지키고 그 가치를 알아야 한다. ‘토종’이란 말엔 우리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토종 종자는 그 나라의 환경에 잘 적응해 오랜 세대를 거쳐 자라온 우수하고 소중한 식량자원이다. 우리 환경에 적응했기에 병충해에 강하고 우리 몸에도 잘 맞는다. 우리 땅에서 토종 종자가 자취를 감춘다면 우리는 식량주권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도 함께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가 많이 열려 종자, 특히 토종 종자의 소중함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남성희<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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