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때 안아주는 전라북도가 되자
울고 싶을 때 안아주는 전라북도가 되자
  • 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 승인 2023.10.05 14: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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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이번 추석 연휴를 즈음하여 나는 업무 겸 휴식 겸 울산, 포항, 그리고 목포, 순천에 다녀왔다. 가을의 초입에 접어든 산하와 높은 가을 하늘은 아름답기만 하였고 모처럼의 장거리 여행은 유년시절의 가슴 설렘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평생을 전주를 벗어나 생활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번 울산, 포항 여행은 처음이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울산은 국내 지역 내 총생산, 총소득 1위의 도시이다. 현대그룹을 빼놓고는 언급을 할 수 없는 도시이기도 하며 정주영 회장의 호를 딴 아산로가 태화강,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를 웅장하게 관통하고 있다. 울산대교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울산항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은 전주라는 우물 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있어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1990년대만 하여도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할 만큼 수질오염이 심각하였던 태화강은 이제 제2 국가 정원을 준비하며 친환경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되었고, 울산 시민들에게는 천혜의 휴식공간으로 변모하였다.

 포항의 주요 간선 도로를 한참을 달려도 포항제철의 담장은 길게만 느껴졌고, 그 거리만큼의 웅장함과 거대함을 느끼는데 우리 일행들의 입에서는 여행 내내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서운함과 분노, 그리고 소외감, 부러움 등이 복합적으로 응축된 심정이 마치 내 돈 떼어먹고 잘 사는 거간꾼을 바라보는 심정이었다. 그들이 중앙정부의 거듭된 혜택으로 발전을 거듭할 때 우리 전라북도는 허울 좋은 전통도시, 교육도시, 농업 도시, 친환경 도시라는 명칭만으로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호사를 누렸는지 몰라도 속으로는 골병들고, 낙후된 우리의 처지는 단 하나도 나아진 게 없는 곳이다.

 그래 울산, 포항은 과거 군사정권의 혜택을 받았으니 그렇다 치고, 우리와 같이 과거 군사정권의 소외를 받았던 이웃 목포와 순천은 어떠한가?

 연휴의 마지막 날 목포 유달산 자락에 펼쳐진 케이블카를 타기 위하여 북항 케이블카 승강장에 들어섰을 때 수많은 인파에 놀랐고, 목포의 영산인 유달산에 케이블카를 놓을 정도의 목포인들의 대범함과 삶의 방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경이었는데 케이블카 탑승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3시간의 대기예정시간의 전광판을 확인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유달산 케이블카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순천 국가 정원 관람 길에 올랐다. 인구 28만의 순천시에서 이러한 거대시설을 조성하고 유치를 추진한 그 추진력에 놀라고, 그 시설의 광대함과 웅장함,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놀랄 뿐이었다. 6개의 상시 주차장, 13개의 임시주차장, 총 12,000여 면의 압도적 주차 규모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관람을 마친 후 저녁 8시경 도착한 시내의 한 식당에는 이미 식사를 마친 1차 손님이 나간 자리를 2차 손님을 맞이하는데 그마저도 대기 순번에 따라 한참을 기다려야만 하였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점은 우리 전라북도는 왜?

 2017년경 새만금에 LG 화학이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리튬 공장을 짓겠다는 협약을 전라북도와 새만금 개발청과 체결하였음에도 환경에 대한 애정이 지나치다 못해 환경 과잉으로 무장한 우리 지역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LG 화학 입장에서는 인프라도 부족하고, 민관의 협조도 부족한 형편에 지역에서 앞서 반대를 해주다 보니 울고 싶던 차에 뺨을 맞은 기분으로 경북 구미로 날아가 버렸고 모두가 알다시피 LG 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미래산업을 이끌어갈 주요 사업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며 활활 날아가고 있다.

 최근 그와 유사한 사례는 KCC 농구단의 부산으로의 연고지 이전이다.

 현재 우리 전라북도에서는 중앙정부의 새만금 예산삭감에 대한 성토가 한참이다. 나 역시도 중앙정부의 새만금 예산삭감에 매우 강한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우리가 분노를 느끼기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이 있다.

 새만금 예산삭감의 저변에는 아마도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실패가 가장 큰 요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는 전체 예산의 70%를 집행한 여가부의 책임이 크다고 하나, 그러한 여가부의 손발 역할은 우리 전라북도가 담당하였다. 침수 피해, 화장실 등 기반시설 미진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여가부에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그 역할은 우리 전라북도가 먼저 제기하고, 여가부의 수용 미진에 대하여 엄중 항의를 해야 했음에도, 막상 일이 터지니 전라북도의 형식적 사과 이후 전라북도와 지역 언론은 중앙정부를 탓하기만 하였다. 그 이후 중앙정부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새만금 예산 대거 삭감안이 발표되었다. 이 역시 가뜩이나 긴축예산이 필요하였던 중앙정부의 울고 싶은 마음에 뺨을 더한 격이 되어버렸다.

 전라북도는 인구, 산업, 경제분야에 있어 국내 5%의 영향력도 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번 여행 중 우리 일행 중의 누군가가 ‘우리 전라북도는 포항제철이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을 새만금에 유치한다 하더라도 반대 여론으로 추진이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자조 섞인 한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도대체 우리 전라북도는 왜?

 이제 다시는 누군가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성순<(유)효원 대표/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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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ㄹㅇㄹ 2023-10-06 11:49:03
전북에서 환경단체. 시민없는 시민단체를 몰아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이들에 기대어 당선되고 있으니. 문제.
정의당넘들도 몰아내야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읍시다
전북은 좋은것이 좋은거여라는게. 발전에 있어 최대의 걸림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