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여성문인-문학에서 길을 찾다] 시즌2 <9> 최화경 수필가, 누군가를 위한 위안과 환대
[전북여성문인-문학에서 길을 찾다] 시즌2 <9> 최화경 수필가, 누군가를 위한 위안과 환대
  • 소선녀 시인
  • 승인 2023.10.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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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색이 착 어울리기는 쉽지 않다. 붉은 코트가 그림처럼 멋스러운 최화경 작가, 얼굴도 화사하게 빛난다. 평소에도 옷차림이 예사스럽지 않고 공주처럼 톡톡 튀면서도 사랑스러운 작가다. 오늘은 팔복예술공장에서 작가를 만났다. 비나 눈이 내리는 아침이면 이곳을 곧잘 찾는다는 최화경 작가와, 차를 나누고 전시실을 돌아보았다. 연신 생기발랄한 소녀 같이 인터뷰를 즐기신다. 그러나 밝은 이미지 속에 문학에 대한 굳은 결기를 품고 있다.

 문학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정신이 육체적인 혼돈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방황의 매듭을 풀 수 있을까에 대한 의혹은 작가 최화경에게 있어서 수필 쓰기의 화두다. 작가는 수필 쓰기를 매듭 풀기에 빗댄다. 옹이가 진 듯 단단하고 묶인 듯 답답해서 항상 체증 있는 사람처럼 끌끌대던 가슴이, 수필을 쓰면서 시원하게 내려갔다. 베일 듯 위태롭던 날카로움이 마모되어 푸근한 마음자리가 생겼다. 삶이 이어지는 한, 매듭 풀기는 계속될 것이다.

 최화경 작가는 문학이 상처받은 영혼을 정화하고 위안을 주는 묘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학은 누군가를 향한 위안과 환대를 위해 진통하는 숭고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현재까지 네 권의 작품집을 냈는데 대표작으로 첫 수필집 <음악 없이 춤추기>의 표제작이기도 한 <음악 없이 춤추기>를 꼽았다. 나이 먹어가는 중년 여자의 담담함을 묘사한 자신의 얘기인데,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는 과정이 마치 음악 없이 춤추는 형벌 같은 느낌을 쓴 작품이다. 애착이 가는 작품은 두 번째 수필집 <달을 마시다>이다. 문학적으로 가장 풍요롭던 시기이기도 했고, 문학적 방황이 끝나가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인지 이 수필집으로 네 개의 상을 받기도 했다.

 작가는 메마른 시대를 구원할 수 있는 작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인의 애인도 시를 읽지 않는다는 무정한 시대이지만, 독자는 반드시 순금 촛대 같은 작가를 알아볼 것이다. 이 시대의 작가들은 막연히 독자를 기다리지 말고 독자가 간절히 찾아 나서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한다면 이 허무의 시대를 건너기가 쉽지 않을까?

 작가는 감명 깊게 본 영화로 <빌리 엘리어트>를 추천했다. 영국 로열 발레단의 남성 무용수 필립 모슬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극복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화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모든 걸 말해주는데, 슬픔과 기쁨, 감동과 벅참, 그리고 마음까지 압도당한다. 요즘 즐겨듣는 노래는 BTS의 <봄날>과 <내 방을 여행하는 법>인데, 거의 클래식에 가까울 정도로 사람을 정화한다. 감명 깊은 문학작품은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꼽았다. 20대에 읽은 책이지만 너무 생생해서 잊히질 않는다. 주로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데 거기에 자연이 어우러지면 더욱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최화경 작가는 말한다.

 

 글 = 소선녀 시인 

최화경 작가

 ◇최화경 작가는 2003년 좋은문학으로 등단해 수필집 ‘음악 없이 춤추기’, ‘달을 마시다’, ‘낮술 환영’, ‘그날, 슬프지 않았다’를 펴냈다. 한국수필가상, 원종린수필문학상 작품상, 행촌문학상, 대한민국문학예술상 대상, 영호남수필창립회장상, 전북수필문학상, 2021 올해의수필인상을 수상했다. 행촌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문협 수필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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