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과 통합재단의 길
양성평등과 통합재단의 길
  •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 승인 2023.09.25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여성계의 숙원이었던, 여성교육문화센터와 여성정책연구소의 통합이 이루어졌다. 2005년 전북발전연구원에 출연연구기관의 지위를 넘겨주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고 있기에는 보이지 않는 지뢰가 곳곳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여성가족부의 운명이다. 대선 기간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이래 그것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 있다. 잼버리 파행을 계기로 여성가족부 장관의 경질이 이루어졌고 새 장관은 공약의 실천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해 보인다.

이미 보수 정부가 들어선 광역단체들에서는 기존의 재단이나 연구원들이 통폐합되어 성격도, 이름도 애매한 기관으로 전락해버렸다. “여성과 남성의 차별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 정부와 보조를 맞추려니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주 열린, ‘2023 양성평등국제포럼’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평등 수준이 높은 다섯 개 나라(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호주, 영국)의 대사 또는 부대사들이 양성평등이야말로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임을 밝혔다.

이들 나라들이 보기에 대한민국은 아직 평등이라는 고지를 향해 가야 할 길이 먼 나라였다. 이미 그것은 146개국 중 99위를 차지한 세계경제포럼(WEF)의 성 격차 지수가 말해준다. 노동시장에서의 성 격차 해소, 양성 평등한 일터, 가정과 사회에서의 돌봄의 문제 등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가 될 때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문제는 이제 국가 존망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양성 평등한 사회를 이루는 것 역시 국가 존망의 문제인 것이다. 수십조 원을 퍼붓고도 세계 최하위를 고수하고 있는 출산율을 보면서 안일하고 낭만적으로 “이제 차별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할 일은 아니다.

전라북도의 성평등 지수와 일·생활 균형지수는 타 광역단체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는 여성의 비율과 복지 분야 수준이 낮다. 통합재단에서는 여성인재 아카데미나 호남정치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리더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또한 복지가 필요한 여성들에 대한 심도 있는 기초 조사와 해법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지수 역시 평등사회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여성들이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때 결혼도, 출산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양성평등포럼’에서 발제를 맡았던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ASML의 경험은 우리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주었다. 특히 아직은 권고조항으로 남아 있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법적 테두리에 넣어 강제하고 있는 부분은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온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이었다.

통합재단은 기왕에 해왔던 기업문화개선과 기업의 가족친화인증을 통해서 여성이 일하기 좋은 일터가 많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결국 기업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라북도 여성 정책의 기초가 되는 제반 연구를 수행할 것이다. 당장 필요한 주제 또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연구를 통해서 급변하는 상황에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것이다. 사회변화에 따라 다문화 가족과 고령 여성, 일하는 여성 등 갈수록 다양한 여성·가족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고 그에 대처하는 정책 대안들이 필요하다.

통합재단은 성평등 지수와 일·생활 균형지수뿐만 아니라 전북 여성들의 제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명실상부한 여성 중심 기관으로서의 사명을 다할 것이다.

전정희<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