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보러 가실래요?
전시 보러 가실래요?
  • 최영규 전북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 승인 2023.09.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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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전북문화관광재단 사무처장

 가을이다. 봄보다는 가을을 좋아하는 터라 더위가 가시기도 전 8월 끄트머리에서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그렇게 기다리던 가을이 왔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지역 곳곳에서는 전시와 공연, 축제가 한창이다.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도민들의 일상이 문화로 행복하도록 지원하는 기관에 몸담다 보니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전시장, 공연장 등 문화예술 공간에 눈길이 간다. 그리고 그저 책상에서 텍스트로 예술현장을 가늠하지 않겠다는 욕심으로 짬짬이 문화공간을 찾고 있다. 그곳에서 예술가, 기획자를 만나고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몇 주전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롯데백화점에 들렀다. 미술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작품을 보러 백화점에? 우리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미술시장 활성화사업의 현장. 도민들의 일상이 있는 곳곳, 사람들이 오가는 이곳저곳에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걸기로 했다. 역시나 백화점에 들어서니 엘리베이터 옆, 의류·신발, 가구들 사이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보인다.

 전북이 수도권에 비해 유통시장이 열악하다 보니 공적영역에서 미술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로 계획을 수립하고 전북대, 국민연금, 전주교육대, 롯데백화점 등과 함께 추진 중이다. 도서관 로비에서, 강의실 주변, 사무공간에서 잠시 고개만 돌리면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어제는 천 만원을 호가하는 작품이 팔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몇 달 전에는 전주교육대학과의 업무협약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사회자의 진행과 기관장의 인사말, 그리고 사진 몇 컷으로 마무리되나 싶더니 난데없이 청년 둘이서 기타를 치며 들어온다.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청년뮤지션을 공연장이 아닌 회의장에서 만났다. 어색하고 딱딱했던 회의실이 어느새 음악과 웃음소리로 시끌벅적. 학장님과 교수님들은 앵콜과 환호성으로 청년 예술가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청년예술퀵’이라는 타이틀로 재단에서 인기리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담당부서에서 깜짝쇼를 준비했다.

 ‘청년예술퀵’. 말그대로 공연이 필요한 곳에서 주문만 하면 청년예술가가 예술을 가지고 배달하는 사업. 사회서비스원을 비롯해 여러 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예술하는 청년들을 남녀노소 도민들과 연결해주고 있다. 사회복지사 모임, 위탁가정의 아이들이 있는 곳, 장애인복지시설, 어느 기관의 퇴임식, 인턴수료식, 생산직 공장노동자 등 신청이 들어오는 곳도 가지각색, 예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참 다양하다.

 음향, 조명이 잘 갖춰진 멋들어진 무대가 아닌 공장, 학교, 회의실에서 만나는 국악공연과 밴드연주, 클래식. 할로겐 등이 있는 깔끔한 전시장이 아닌 도서관과 쇼핑공간에서 접하는 그림 한점.

 ‘일상과 함께 하는 예술’, ‘문화예술로 도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이 문장이 결코 행정 문서상의 글이 아님을 요즘 새삼 느낀다. 예술은 멀리 있는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우리의 발걸음 닿는 곳곳에서 우연히 만나는 미술작품 하나가 지친 하루의 활력이 되고 메마른 감정에 벅찬 감동과 여운을 주는 것, 쇼핑하다 잠시 주춤하고 바라본 작품으로 마음을 치유받고 어색했던 업무협약의 자리에 여운을 주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정의내리는 예술이다.

 오늘도 점심 후에 전시장에 잠깐 들러야겠다. 함께 전시 보러 가실래요?

 최영규 <전북문화관광재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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