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전투·청산리대첩과 철 지난 색깔론
봉오동전투·청산리대첩과 철 지난 색깔론
  • 윤준병 국회의원
  • 승인 2023.09.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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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 국회의원<br>
윤준병 국회의원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은 들을 때마다 마음이 뭉클한 자랑스러운 역사다. 우리 민족이 국치(國恥) 10년 만에 처음으로 거둔 정규전 승리였다.

일제로부터 나라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수많은 의병이 있었지만 대부분 개인 또는 소수만이 참여한 게릴라전에 가까운 전투만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봉오동전투는 800명, 청산리대첩에는 독립군 5개 연합부대 총 1,200명이 일본군과 정규전을 벌여 승리한 것이다. 이 승리는 우리 민족의 꺾이지 않는 독립 의지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 승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노선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두 번의 대승에 고무된 임시정부는 기존의 외교 중심 노선을 틀어 한인애국단(韓人愛國團)에 이어 한국광복군(韓國 光復軍)을 창설하게 된다. 바로 이 광복군이 훗날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됐다.

그런데 최근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추진한 홍범도 장군 등의 흉상 이전을 놓고 2023년 대한민국에서 해묵은 색깔론과 철 지난 이념 논쟁이 다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는 육사 내 독립투사들의 흉상을 학교 외부로 이전하려고 시도하면서, 위대했던 대한의 독립군·광복군의 역사를 왜곡·폄훼하고 이들이 우리 국군의 뿌리라는 사실을 부정하려 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 영웅들의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 세워진 것은, 우리 군의 뿌리를 일본군이나 만주군이 아닌 독립군에서 찾고자 하는 헌법 정신에 따라 이뤄진 일임이 자명하다.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우리 헌법이 그린 대한민국의 이력과 자화상은 늘 같았다. “우리 국민은 3.1운동으로 민주공화국을 건립했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세웠으며 1948년 정식 정부를 수립하고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했다.” 국군의 사명과 대통령의 통수권에 관한 조항도 바뀐 것이 없다. “우리 국군의 사명은 국가 안보와 국토방위고, 대통령은 국군을 통수하면서 그 임무를 수행한다.”

헌법은 우리의 국가 안보와 국토를 위협하는 세력이 누구이며 어떤 이념을 가졌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규군’이었던 광복군의 적은, 국권과 국토를 침탈한 제국주의 일본이었다. 분단 이후 한국전쟁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군의 적은 북한이었다. 그러나 미래에는 그 누가 다시 우리의 적이 될지 모른다. 우리 국군은 주권과 영토를 공격하는 침략자를 물리쳐야 한다. 침략자의 이념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게 국군의 사명이다.

육사·해사·공사는 그 임무를 수행할 국군 장교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그러면 육사의 뿌리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헌법이 준 대답은 분명하다. 육군을 포함한 우리 국군과 육사를 포함한 군사교육기관은 광복군을 뿌리로 삼아야 한다. 우리 육군과 육사는 분단시대인 지금이나 통일을 이룬 후에나 변함없이 광복군을 자신의 뿌리로 여겨야 한다. 이것이 헌법의 명령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신흥무관학교 교장 윤기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이상룡, 한국독립군·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의 후손들이 육사 ‘명예 졸업증’ 반납 의사를 밝혔다. 항일독립운동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투사를 모욕하는 일이 벌어져 참으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떤 왜곡과 폄훼가 있더라도, 오래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군과 한국광복군이 오늘날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는 ‘역사적 사실’을 뒤바꿀 수는 없다. 이미 역사의 평가가 끝난 일을 두고 다시 이렇게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이 정부를 두고 국민들이 어떤 평가를 하겠는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민생경제가 중요한 시기다. 국민들은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이 전쟁이고 각종 경제지표는 연일 최악인데, 난데없이 갑자기 나온 ‘이념논쟁’에 그 누가 공감을 하겠는가? 해묵은 색깔론과 안보장사에 우리 국민들은 속지 않을 것이다. 분열과 갈등, 대결 속에서 정치적 이익을 얻겠다는 발상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드는 윤석열 정권의 역사 전복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정부의 독단과 철 지난 이념 논쟁에 맞설 것이다.

윤준병<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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