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요즘 행복하신가요?
여러분은 요즘 행복하신가요?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3.09.1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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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매년 OECD에서 발표하는 세계 행복 순위에서 한국인들의 행복도는 해마다 다른 국가들보다 상당히 낮은 순위를 기록해왔다. 그런데 올해 3월에 발표한 행복 순위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38개국 중 35위에 그쳤다. 올해 보고서를 기준으로 OECD 정회원국 38개국 중에서 한국보다 행복도 점수가 낮은 곳은 그리스 5.931점, 콜롬비아 5.630점, 튀르키예 4.614점 등 세 나라뿐이었다. 조사 결과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는 핀란드로 6년 연속 차지했고, 10위권 안에는 북유럽 국가가 많았다. 행복도 1위 핀란드 다음으로는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룩셈부르크, 뉴질랜드 순이었다.

OECD와 다른 조사인 여론조사 전문 기간 입소스 리포트 를 통해 나타난 한국의 행복에 대해 알아보면, 행복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57%로 이 순위는 놀랍게도 조사 대상 32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세계 행복도 평균(73%)보다 16%P나 낮은 수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인들이 느끼는 행복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인 2013년에 조사한 행복도는 62%였으며 그보다 2년 앞선 2011년 12월 조사에서는 71%였다. 2011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한국인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12년 새 무려 14%P나 감소한 것이다.

한편 국내에 시행된 연구 역시도 비슷한 내용인데 질병관리청의 공식 학술지 ‘주간 건강과 질병’에 실린 ‘생애주기별 한국인의 행복지수 영향 요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6.68점을 기록했다. 주관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전체의 34.7%에 불과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35.4%로 여성(34.2%)을 아주 근소하게 앞섰다. 주관적 행복감 인지율을 생애주기별(연령별)로 나눠보면 ▲19∼44세(39.5%) ▲45∼64세(35.3%) ▲65∼74세(29.7%) ▲75세 이상(25.7%) 등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학력별로는 ▲무학·초등학교(25.0%) ▲중고등학교(32.3%) ▲대학교 이상(44.1%) 등이었고, 가구소득별로는 ▲월 99만원 이하(23.1%) ▲월 100만∼299만 원 이하(31.6%) ▲월 300만∼499만 원 이하(39.8%) ▲월 500만 원 이상(49.1%) 등으로 교육 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감이 높았다. 현재 배우자와 같이 사는 경우가 이혼·별거·사별·미혼 등의 이유로 배우자가 없는 경우보다 주관적으로 더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왔다. 아울러 ▲자원봉사활동이나 종교, 친목, 여가(레저) 등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 ▲가족·이웃·친구 등 주변과 활발한 접촉 ▲본인 건강 상태에 대한 양호한 판단 ▲사회 물리적 환경에 만족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고 충분히 잠을 깊이 자는 것도 행복감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지만 필요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관절염·당뇨병·고혈압 등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흡연과 음주를 하면 행복감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의 연구팀은 “노년기, 즉 노인이 될수록 행복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라며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높은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은 눈에 띄는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세계 10대 경제 강대국에 이름을 올렸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5천 달러를 달성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성장과 IT로 상징되는 과학기술 강국, 올림픽, 월드컵 등 주요 국제스포츠 대회에서의 상위권에 이름을 남기는 성적,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하는 K-컬쳐, 한류를 가진 문화국가 등 요즘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수많은 단어 중에 불행한 국민이 사는 국가,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세계 1위인 국가라는 오명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경제성장과 비례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50년간의 압축 성장이 빈부격차와 치열한 경쟁 사회를 초래하여 국민의 행복도를 낮췄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자료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앞선 OECD 자료나 나라별 행복지수를 비교자료를 보면 경제 규모와 국가 경쟁력이 높은 미국, 일본보다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높은 경제력도 있지만, 사회보장과 복지 제도가 조화를 잘 이룬 나라가 월등히 높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낮은 행복도 역시 노인빈곤율과 노인 자살률과 반비례하는 것처럼 연금제도와 같은 노후가 보장된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 지난 70여 년 동안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우리의 과제였다면 진일보한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과제로서 이제는 균형 잡힌 사회보장과 복지 제도, 국민 행복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노력할 때이다.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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