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축제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 전통 판소리의 향연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축제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 전통 판소리의 향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09.18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전통의 원형을 오롯이 담아낸 섹션 ‘전통: 오래된 결’은 축제의 근간이 되는 대표 판소리 공연을 담아낸 큰 그릇이다.

 소리축제의 대표 프로그램 ‘판소리 다섯바탕’은 올해 원로 명창들의 무대인 ‘국창열전 완창판소리’로 기획됐다. 19일부터 23일까지 오후 3시 전주 동헌에서는 김일구, 김수연, 정순임, 신영희, 조상현(공연 순) 등 내로라하는 국창들의 무대가 담장 너머까지 울려 퍼진다.

적벽가-김일구
적벽가-김일구

 국창열전 완창 판소리의 포문은 김일구 명창의 ‘박봉술제 적벽가’가 19일 연다. 김일구 명창의 적벽가는 송만갑, 박봉래, 박봉술 계보를 이은 것으로 동편 계열에 속한다. 김 명창은 상청과 하청 모두 안정적이고 분명하며 깔끔한 성음이 압권이다. 이번 공연에는 아들 김도현 명창이 함께 완창 무대를 선보이며, 이태백 명고와 김일구 명창의 제자 강길원의 장단이 부자 소리꾼을 단단히 뒷받침해줄 예정이다.

수궁가-김수연
수궁가-김수연

 20일에는 박초월 명창의 소리를 가장 잘 잇고 있는 김수연 명창의 ‘미산제 수궁가’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동편제의 우직함과 동시에 김수연 명창 특유의 감칠맛 나는 애원성이 특징으로 수궁가에 담긴 풍자와 비판, 해학을 드라마틱하게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김 명창의 뒤를 잇고 있는 강경아, 강태관이 함께하며 이태백 명고와 한수산이 북을 잡는다.

흥보가-정순임
흥보가-정순임

 정순임 명창은 21일 ‘박녹주제 흥보가’를 들려준다. 소리꾼으로서는 드물게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명창으로 영남지역 판소리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무로, 이번 공연에서는 동생이자 함께 예인의 길을 걷고 있는 정경옥과 조애란이 함께 흥보가 중 한 대목을 가야금 병창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조용복, 정성용, 김철준 명고가 신명난 소리판에 더욱 힘을 불어넣는다.

춘향가-신영희
춘향가-신영희

 신영희 명창은 22일 ‘만정제 춘향가’로 매력을 발산한다. 신 명창의 음색은 시원시원한 통성과 수리성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판소리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소리다. 만정제 춘향가는 김소희 명창이 동편제 김세종제와 서편제 정정렬제를 근간으로 새롭게 구성한 것으로 정결하고 세련미가 돋보이는 소리다. 이번 무대에서는 다섯 시간이 넘는 춘향가를 세 시간으로 압축해 신 명창의 공력 있는 소리와 함께 무릎 제자인 한아름, 조수황이 함께한다. 더불어 시대의 명고 김청만 명인과 김규형 명인이 북을 잡아 한층 더 기대되는 소리판이다.

심청가-조상현
심청가-조상현

 조상현 명창은 23일 ‘강산제 심청가’를 들려준다. 그는 수년간 공식적인 무대에서 토막소리와 단가 중심으로만 관객과 마주했다. 판소리는 목소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하는 종합예술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오랜 시간 공을 들이지 못하는 여건에서는 쉽게 무대를 수락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번 소리축제의 심청가 공연은 더욱 특별한 이유다. 그의 뒤를 올곧게 잇고 있는 주소연 명창과 박시양 명고, 임영일 명고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각각 3시간 동안 진행되는 공연에 앞서 1시 30분부터는 왕기석 명창, 윤중강 평론가, 최동현 전 군산대 교수, 송미경 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부 교수, 김혜정 경인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가 국창열전 명창의 소리 삶을 톺아보는 ‘판소리 아카데미’ 시간을 갖는다.

 원로의 곰삭은 소리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젊은 소리꾼들이 재기발랄한 판소리 무대도 소리축제를 아우른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젊은 소리꾼들의 무대 ‘청춘예찬 젊은판소리’는 전주대사습청에서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와 함께하는 것. 24일 오후 1시부터 신은주 씨의 사회로 총 3명의 젊은 소리꾼을 릴레이로 만난다.

 소리꾼 한윤경이 들려주는 ‘미산제 흥보가’는 담백하고 격조 있는 사설이 특징으로,

‘제비노정기 대목’부터 ‘놀보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까지를 감상할 수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세 번째 무대에 오를 정도로 인연이 깊은 소리꾼 정윤형은 음악적으로 가장 뛰어난 ‘춘향가’ 중에서 ‘쑥대머리(임방울 더늠)’부터 ‘어사상봉 대목’까지를 들려준다. 소리꾼 이이화는 판소리‘수궁가’중 가장 자주 불리는 ‘고고천변 대목’부터 ‘토끼 수궁 들어가는 대목’까지를 절제미와 음악성이 우아하고 기품있는 강산제 소리로 들려준다.

지난 16일 소리전당 명인홀에서 펼쳐진 라이징스타 완창판소리 이봉근의 '적벽가'1
지난 16일 소리전당 명인홀에서 펼쳐진 라이징스타 완창판소리 이봉근의 '적벽가'

 이보다 앞서 새롭게 기획한 젊은 소리꾼들의 판소리 완창 무대 ‘라이징스타 완창판소리’가 지난 주말 선보여졌다. 대중적 스타가 된 소리꾼들의 무대로 꾸며졌는데, 이봉근과 김율희가 그 주인공이었다.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만능 소리꾼 이봉근은 ‘박봉술제 적벽가’를 소리축제에서 선사했다. ‘국창열전 완창판소리’는 VIP석 10만 원, R석 5만 원이며, ‘판소리 아카데미’,‘청춘예찬 젊은판소리’는 무료 관람이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