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64) 천양희 시인의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64) 천양희 시인의 ‘그 사람의 손을 보면’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3.09.17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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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의 손을 보면’
 

 - 천양희 시인
 

 구두 닦는 사람의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
 보이는 빛만이 빛은 아니다
 닦는 것은 빛을 내는 일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 

 <해설>

 세상 모든 물건이 청소부의 손을 거치면 빛이 납니다. “구두 끝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고 했고, “흰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창문 끝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고 하니, 청소부의 손을 거치면 빛이 나는군요. 그래서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며,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며, “길 끝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고 했습니다. 

 “마음 닦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마음 끝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빛이 난다”고 하면서 시를 단숨에 형이상학적으로 높은 경지로 끌고 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메세지를 강하게 던집니다. “성자가 된 청소부는/ 청소를 하면서도 성자이며/ 성자이면서도 청소”를 한다고 말합니다. 청소부가 성자라니 역시 시인 중에 시인입니다. 청소란 마음을 닦는 일이자 자신을 닦는 수양이고 세상을 밝게 만드는 숭고한 일이기 때문에 눈빛 맑은 성자입니다.
 

강민숙 시인

 강민숙 <시인 /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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