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흔들 수 없는 전북을 만들자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전북을 만들자
  • 나인권 전북도의회 농산업경제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3.09.1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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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권 전북도의회 농산업경제위원회 위원장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살리기 위한 전라북도의회 의원들의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도 지난 5일 항의 삭발을 한데 이어 14일부터 사흘간 릴레이 단식에 참여했다. 단식농성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선포식을 봤다. 지역의 기업유치 지원, 정주여건 개선, 토지규제 권한 이양을 과감하게 추진해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겠다는 것이다. 지방시대는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강조했던 균형발전정책이자 지방회생정책이다.

 그런데 이 선포식이 공허하게만 들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는 부처에서 검토를 마친 새만금 예산을 무려 78%나 삭감했다. 이어 새만금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납득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새만금 예산 삭감은 잼버리 파행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무력감과 허탈감에 이어 분노하고 있는 전북도민과 ‘새만금 예산 없이는 정부 예산안도 없다’는 민주당이 아니더라도, 상식있는 사람이라면 작금의 사태가 잼버리 후폭풍이라는 것을 안다.

 ‘30년이 지난 뒤 사업타당성이 부족했다며 예산을 깎는 일’은 중앙정부가 해서는 안될 만행이다. 그래서 작금의 사태는 전북말살정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북은 오랜 시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창고였다. 굳이 역사를 거스르지 않더라도, 현재까지도 전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식량공급기지다.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에서 소외되며 경제력에서 밀렸고, 도시화에서도 뒤처지며 인구 유출까지 가속화됐다.

 새만금 예산 사태는 전북의 민낯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했다. 경제력, 정치력, 인구수 등 자본주의 잣대로 들이대면 무엇하나 자신있게 내놓기가 머뭇거려진다. 그래서 새만금은 변방으로 전락한 전북에 기회이자 희망이다. 34년 동안 기본계획이 세 차례 바뀌며 완성된 것이 친환경 모빌리티와 이차전지 같은 신산업과 관광 복합도시이고, 이를 위해 공항·항만·철도·도로 같은 인프라가 필수조건이다.

 새만금 사업이 본격화된 것도 사업이 시작된 지 25년이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였다. 긴 기다림 끝에 시동이 걸린 새만금 SOC건설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이제는 전북은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니며, 전북도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냉철한 성찰도 필요하다.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전북을 만들지 않으면 동네북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 힘을 키우고, 인물을 기르고, 독창적인 지역색을 만들고, 근성도 가져야 한다. 지금 전북을, 새만금을 돕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없다. 원칙 없는 정부와 여당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전북도민 스스로 서야 한다.

 시민단체와 시군의회가 참여하는 ‘새만금 국가사업 정상화를 위한 전북인 비상대책회의’가 출범했다. 진영·정파·이념을 떠나 새만금 예산지키기에 총궐기했다. 내년도 정부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투쟁할 방침이다.

 지금은 500만 도민이 단합해 정부여당에 전북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상식과 원칙이 무엇인지를 증명해야 한다. 어이없이 빼앗긴 새만금 예산을 되찾는 것은 물론 짓밟힌 전북인의 자존심을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결기해야 한다. 오늘의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청년,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되찾아와야 한다. 스스로 지키지 않는 자는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나인권 <전북도의회 농산업경제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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