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이라면 철저히 의심하고 검증해야
과학적이라면 철저히 의심하고 검증해야
  •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9.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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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덕 전북대 교수
이정덕 전북대 교수

과학적이라면 100% 확실할 때까지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것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 의심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정신의 출발점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진리라고 철저히 믿고 있었던 것들이 조금씩 의심자들이 생겨나고 결국 과학적 검증을 거쳐 거짓으로 판명나는 경우가 역사상 많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은 철저히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을 믿었다. 서구에서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라 천동설을 그대로 믿고 있었다. 갈릴레이(1564-1642)가 아무리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말해도 믿지 않았다. 갈릴레이는 천동설이 바다의 조수현상을 설명할 수 없어 코페르니쿠스(1473-1543)의 지동설이 더 옳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개량한 망원경으로 태양계의 관찰을 축적하며 1610년 천동설이 잘못되었고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지동설이 옳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당대의 권력은 이를 괴담으로 취급하여 갈릴레이를 평생 자택에 감금하는 형벌을 내렸다.

한국에서 1994년 가습기살균제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주로 PHMG와 PGH를 살균제로 사용하였다. 기업체들은 이들 물질이 독성이 다른 살균제에 비해 10분의1정도까지 낮아 인체에 무해하다며 판매하였다. 사람들에게서 폐섬유증으로 죽는 경우가 나타나 그 원인을 찾다가, 2011년에 이르러서야 이들이 가습기살균제를 흡입해 폐섬유증이 나타나 죽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가습기살균제가 유해하다는 확정적 연구결과가 없었고, 기업체의 연구비를 받은 서울대교수나 호서대교수가 실험을 통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인과관계가 불명확하거나 살균제가 아니라 곰팡이가 원인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2019년까지 1460명이 사망하였다.

일본정부는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가 무해하다는 것이 과학적 결론이며 따라서 핵오염수방류를 비난하는 것은 비과학적 괴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정부도 이를 따라가고 있다. 일본정부나 한국정부가 일본의 바다에 방류된 핵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고 그에 반대하는 것을 괴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들이 과학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과 도쿄전력은 핵오염수 보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며 방류해야 자신들에 이익이다. 이들은 과학이란 말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해야 이익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오염수의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보고서를 냈다. 주로 도쿄전력의 자료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해야 이익인 사람들끼리 연구를 맡기고 검증하니 과학에 필요한 연구윤리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또한 IAEA는 자신의 보고서에 대해 자신들은 책임을 전혀 지지 않겠다고 명기를 했다.

한국정부는 검증을 한다며 일본에 시찰단을 보냈는데 일본 주무장관은 시찰만 하라고 했다. 이들은 전혀 검증을 하지 못하고 시찰만 하고 돌아왔다. 다른 나라 시찰단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외국의 검증을 막고 있다. 대체로 안전할 것이란 심증으로 방류해서는 안된다. 다핵종제거설비나 평가기준이나 방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엄청나게 희석시켜 농도를 기준이하로 낮췄어도 그게 어패류나 사람에 축적될 수도 있다. 일본이 돈을 아끼려고 방류하는 것이라 부정적 자료를 숨길 수도 있다. 아직 의심되는 것들이 많다.

나는 핵오염수를 희석해 방류하는 것이 대체로 안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게 틀렸을 수도 있다.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계속 검증해야 믿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하도 많이 속았기 때문이다. 자료를 비공개로 하면 할수록 검증을 못하게 하면 할수록 시찰만 하고 돌아가라고 하면 할수록 의심은 더욱 커진다. 과학은 더욱 의심하고 검증될 때까지 믿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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