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자틀 멘탈 모델(lattice of mental models)
격자틀 멘탈 모델(lattice of mental models)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9.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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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도태되고 환경변화에 잘 적응한 생물만이 살아남았다. 적응하는 자만이 생존한다는 적자생존은 현재 우리의 삶에도 적용된다.

올해는 기후환경의 변화로 인해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폭염과 폭우, 태풍, 화재, 지진 등으로 전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각국은 기후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환경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사회 경제 시스템 구축과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기후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려면 환경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예측하고 대처하는 능력인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능력은 단편적인 특정 분야의 역량을 갖추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총동원하여 정책, 인프라, 기술, 서비스,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회복탄력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우리가 회복탄력성을 키워야 하는 것은 기후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기술의 변화로 우리의 생활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급격한 출생률의 하락으로 지방과 지역대학은 소멸위기에 놓여 있고 먼 장래에 국가도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쌓여 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 살아가기 위해서는 국가, 지자체, 기업 등을 비롯하여 국민들이 자신이 처한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예측하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 소극적으로 순응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경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변화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찾아 최대화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변화는 다양한 요소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한 가지 도구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위대한 동업자로 알려진 찰스 멍거(Charles Munger, 예칭 찰리(Charlie))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격자틀 멘탈 모델(lattice of mental models)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2007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다학제(multidisciplinary)와 격자틀 멘탈 모델(lattice of mental models)을 설명하였다. “다학제 관점을 언급할 때 내가 따르는 핵심 개념은 로마시대의 위대한 법률가 키케로의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발생한 일을 모르는 사람은 인생을 어린애처럼 살게 된다.’는 말입니다. 키케로의 말처럼 우리는 역사도 알아야 하지만 다른 모든 학문의 핵심 개념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단지 시험을 잘 쳐서 A학점을 받을 만큼 아는 것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머릿속의 격자틀 멘탈 모델에 각인되어 평생 자동으로 사용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찰스 멍거가 말한 격자틀 멘탈 모델은 한 가지 도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반하는 개념으로, 다양한 도구가 머릿속에 각인되어 자동으로 작동되는 모형을 가리킨다. 멍거는 이를 망치, 스패너, 렌치, 드라이버, 못 등 다양한 공구가 들어 있는 공구함에 빗댄다. 가령 경제학(망치)만 알아서는 안 되고 역사(스패너), 심리(렌치), 화학(드라이버), 수학(못)까지 알아야 한다. 격자틀 멘탈 모델은 6단계로 나뉠 수 있는데 첫 단계가 다양한 학문을 배울 수 있도록 학문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다학제이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학, 국어, 영어, 도덕,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고 있지만 수능을 보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마저도 대학에서는 전공이라는 칸막이가 가로막고 있다. 대학들은 이것을 완화하기 위해 복수전공, 융합전공, 부전공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생들의 학문 수준은 학점을 받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다양한 도구가 머릿속에 각인되어 자동으로 작동되는 격자형 멘탈 모델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학생들의 학습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학점을 따는 수준을 넘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학습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교양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격자형 멘탈 모델이 변화에 대처하는데 유용한 도구임을 가르쳐야 한다. 다양한 지식 분야에서 핵심 아이디어들을 배우고, 자신만의 격자 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는 걸러지고 필요 없는 정보는 격자를 통해서 빠져나간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습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대학은 학과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전공과 수업을 듣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이것을 융합해 일상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객관적 사고에 이르도록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 이와 더불어 맞춤형 학습역량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여 유형별 학습 동기가 유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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