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독재 중단하고, 새만금을 살려내라!
예산 독재 중단하고, 새만금을 살려내라!
  • 한병도 국회의원
  • 승인 2023.09.10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병도 국회의원
한병도 국회의원

극한의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달,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국제적 망신으로 마무리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청소년 4만 3,000명이 찜통더위와 날벌레 속에 방치되었고 기본적 위생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급기야 수백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미국과 영국은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여론의 뭇매에 태풍 북상까지 겹치자 정부는 수도권 분산과 K팝콘서트 개최라는 대책을 뒤늦게 내놓았지만, 야영이라는 잼버리의 취지에 벗어날 뿐만 아니라 국가의 필요에 예술인과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후진적 행태를 보여주었다.

정부는 그간 잼버리 준비의 철저함을 자신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의원이 “역사가 장관님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미흡함을 강하게 지적하자,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라고 답변했다. 준비 과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총체적 무능이다.

잼버리 참가자와 국민 앞에 사죄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파행의 책임을 전 정부와 전북에 떠넘기기 시작했다. 관련 예산의 80%를 윤석열 정부에서 집행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또 문재인 정부 탓을 꺼내 든 것이다.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자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제안했는데, 여당에서는 정작 이를 회피하고 있다.

심지어 그 책임을 새만금에 뒤집어씌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새만금 SOC 사업 예산이 큰 폭으로 감액된 것이다. 각 부처가 엄격한 심의를 거쳐 6,626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는데, 기획재정부 심사과정에서만 무려 5,147억원, 78%나 삭감되었다.

중기재정계획에 따라 2024년에 79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새만금 국제공항 예산은 66억원으로 대거 삭감되었고,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지역간 연결도로, 신항만 등 사업도 적게는 72%, 많게는 98%나 삭감됐다. 새만금 간선도로 건설이나 환경생태용지 조성 사업, 인입철도 구축 예산은 0%, 단 1원도 반영되지 못했다.

새만금 사업은 지난 1989년 노태우 정부에서 첫 삽을 뜬 이후 진보ㆍ보수 정권을 초월하여 추진해 온 대한민국 국책사업이다. 이명박, 박근혜 두 보수 정부에서는 새만금특별법을 제정하고 새만금개발청을 개청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새만금 국제공항의 조기 착공을 공약했다.

지난 8월 2일, 전북을 찾아 ‘새만금 개발은 속도가 중요하다’던 대통령은 도대체 어디 갔다는 말인가. 잠깐의 책임을 피하고자 지난 30여 년간 추진해 온 국가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다면, 과연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겠는가?

새만금은 180만 도민의 희망이다. 수도권 집중화, 영호남 갈등, 전남북 격차로 설움만 쌓인 전라북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필자를 비롯한 전북 국회의원은 이번의 예산 삭감은 물론이고 책임을 새만금에 떠미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지난 7일, 윤석열 정부의 예산 독재에 분노한 전북도민이 국회를 가득 메웠다. ‘예산독재 규탄한다, 새만금을 살려내라’ 구호를 한마음 한뜻으로 외치며 예산 복원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도 “21세기 대한민국 정부에서 맨정신을 갖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만행이자 폭거”라고 목소리를 함께 했다.

잼버리 파행에 이어 새만금 예산 삭감으로 큰 상처를 입으신 도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민주당은 하나로 똘똘 뭉쳐 새만금 예산의 복원은 물론이고,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을 도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윤석열 정부에 분명히 경고한다. 새만금 예산 복원 없이는 정부 예산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지금 당장 예산 독재를 중단하고, 새만금을 살려내라!

한병도 <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