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노한다, 고로 삭발하고 단식한다
우리는 분노한다, 고로 삭발하고 단식한다
  • 염영선 전라북도의회 대변인
  • 승인 2023.09.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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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영선 전라북도의회 대변인

 “의원님~ 우리 전라북도는 죽었습니다. 잼버리 책임 독박으로 죽고, 예산 삭제로다가 확인 사살당했습니다. 살려내십시오~.” 삭발·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현장에 찾아온 한 지역주민의 하소연이다.

 실제로 상주가 된 처지로 아침을 열고 도민을 맞았다.

 정부는 새만금 SOC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전국 17개 시도 국가예산 중 호남만 삭감했는데 전북이 압도적 1위다. 분노한 필자를 포함한 14명의 도의원이 삭발을 감행했다. 도의회 역사상 이렇게 많은 의원이 동참한 것은 최초라고 들었다. 이는 중앙정부의 전북도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증표다.

 “염의원~ 삭발했담서…. 우리도 깍아불란다~.” 삭발 소식을 들은 동네 친구들은 아우성이다. 지난 국정농단 시기의 촛불혁명이 아른거리고 금세 삭발혁명으로 봉기가 일어날 조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새만금 SOC 사업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경제성 등 엄격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국책사업이다. 10조원 규모의 새만금 SOC 사업은 잼버리와 관계없이 새만금 투자환경개선과 내부개발 촉진을 위한 기반시설이다. 이는 잼버리 유치 이전인 2014년 ‘새만금 기본계획(MP)’에 반영된 사업이며, 새만금 공항은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일환으로 전국 17개 시도가 일괄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사업이다.

 이런 대한민국 국책사업이자 블루오션인 새만금 예산을 원칙도, 논리도 없이 무차별 삭감한 것은 기획재정부의 직권남용이자 보이지 않는 손의 정치적 음모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여·야 대통령이 공약으로 추진한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의 근간을 하루아침에 백지화하려 들겠는가.

 이는 지금까지 밝혀졌고 국정조사를 통해서 명백해질 잼버리 파행의 중앙정부 책임을 호도, 전북도를 희생양 삼으려는 얄팍한 꼼수가 아닐 수 없다. 알고 보면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을 육사에서 퇴출시키고,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방류에 반대하는 국민을 반국가세력으로 내모는 천박한 역사관과 우매한 국가관, 그리고 세습적 우민관의 연장선이다.

 전라북도는 조선의 독립과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착을 위하여 그 어느 지역보다 피와 땀이 서린 애국의 땅이다. 하지만, 현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보수정권은 보상은커녕 홀대와 냉대를 일삼아 핍박의 땅이 되었다. 특히 이번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책임 전가와 새만금 예산 복수는 그 결정판이다.

 전북은 언제까지 보수정권의 동네북이고 중앙정부의 봉이어야 하는가.

 “어쩌 버틸만 하오 ” 삭발 후 단식에 들어간 김정수 동료의원의 새벽 인사다. 100km는 뛰어본 적 있지만 단식이라곤 어쩌다 끼니를 놓쳐 한 끼를 굶은 게 전부다. 학원 강의하다 그 한 끼를 거르면 영어 발음이 새고 괜히 학생들에게 짜증 낸 기억이 역력하다.

 막막했고 두려웠다. 하지만 두 손 번쩍 들어 단식을 자청한 것은 두려움보다 분노가 앞섰기 때문이다. 아니 선출직 공직자로서 그 어떤 책임감의 발로였는지 모른다. 오메~ 그런데 막상 단식을 해보니 밥과 술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겠는데 가을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치는 커피 향내를 버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Man shall not live by bread alone.’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아마도 커피 향에서 묻어나온 민주주의에 대한 향수, 지역 발전의 절박함이 목말랐나 보다.

 염영선<전라북도의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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