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세상에서 사는 법
시끄러운 세상에서 사는 법
  • 안도 문학평론가
  • 승인 2023.09.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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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문학 평론가
안도 문학 평론가

나는 남원 이백면 시골 촌놈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전주로 유학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싶었던 나는 조금 더 적극적이고 사교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운 반 친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수업이 끝날 무렵 갑자기 수업 중 배운 내용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몇 분이 흐르도록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나는 그 질문의 답변을 알았지만 손을 들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왜냐하면 잠시 ‘잘난 척하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을까?’해서였는데 오히려 불편한 침묵의 분위기를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래서 잠시 망설이다가 주위를 둘러보고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 나는 대답은커녕 곧 머릿속이 하얗게 바뀌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교실 한가운데에 나 홀로 서 있고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 없었다.

그래서 갑자기 무안하게 혼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별것 아닐 수도 있는 이 짧은 경험은 나의 성격을 스스로 변화시켜보려고 했던 시도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기억 속에 강하게 새겨져 있다.

우리가 흔히 ‘리더’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활달하고 목소리가 크며 자기주장이 확실한 외향적인 사람이 아닐까? 이런 사람들은 흔히 호감을 사는 인간의 표준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조용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좋아하는 내향적인 사람들은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뭔지 모르게 불명확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의 이기적인 느낌도 덧씌워져 있다. 그래서인지 현대의 사람들은 내향성을 억제하고 외향성을 키우려 노력한다.

여러분은 어떤가? 해야 할 말을 못해서 나중에 후회한 적이 없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내향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 번 반문해 보고 싶다.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남의 시선에 맞추어 삶의 중심이 자기가 아닌 남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단 한 번뿐인 나의 삶을 남의 시선에 맞추어가며 사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나는 요즘 자기 정치생명을 위해 옳은 소리 못하고 빌붙어 따라다니는 정치가들을 많이 본다.

요즘 세상은 너무도 시끄러운 일이 많다. 우리가 보기엔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인 것들인데 흥분하고 결국은 조용할 일도 시끄러워지고, 아무 일 아닌 듯 넘어갈 일도 대단한 일이 되어버린다. 내 권리만 찾으려는 욕심 때문이다.

누군가의 권리를 짓이기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우리는 현명한 유권자다. 이들의 주장에 횝쓸리지 말고 선악 구별 없이 함께 불타는 옥석구분(玉石俱焚)하지 밀고 참다운 옥(玉) 같은 정치인들을 뽑는 혜안(慧眼)을 갖자.

필자도 ㅤ젊은 시절에는 부당한 것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선동적인 정치인들에게 휩쓸려 내 뜻을 접고 그들에게 편승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부질없었다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미 속세에 찌들어버린 머리 탓인지 만사가 귀찮다.

요즘 나는 방관자 또는 비겁자라 욕을 먹어도 세상이 좀 더 조용하게 흘렀으면 좋겠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겉으로 웃고, 살갑게 대하는 이면의 스트레스를 사회라는 곳에 풀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착한 사람 콤플렉스의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어서 부당하다는 부분에 지나치게 큰 소리로 꾸짖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다 보니 나는 정말 대충 사는구나….

안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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