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 사로잡는 에딘버러 축제 ①
사람 마음 사로잡는 에딘버러 축제 ①
  •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8.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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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런던 기숙사의 3인실에서 3개월 이상 체재하면서 사귄 친구는 영국 학생을 비롯해 10여 명이나 된다. 그중 도쿄 대학을 나와 스위스에서 유학하던 학생과 20여 일 동안 같이 지낸 적이 있다.

  이 빈틈없는 일본 친구가 세계적인 명성의 스코틀랜드 ‘에딘버러(Edinburgh) 축제’에 히치하이크(지나가는 차에 무료로 편승하여 하는 여행, 영국이 유럽에서 제일 안전하고 잘 되기로 유명함)로 다녀왔다고 하면서 나에게도 히치하이크를 권했다.

  그 일본 친구는 출발 지점에서 젊은 영국 신사 부부가 국적을 물어 일본인이라고 했더니 자신들도 에딘버러로 간다면서 무료로 태워주었다고 했다.

  우리 학교에서도 에딘버러 축제 붐이 일어나 남녀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그곳으로 떠났는데 그 모습에 나의 마음도 덩달아 동요하기 시작했다. 시간 여유만 있으면 많은 학생들이 즐겨 하듯이 히치하이크로 에딘버러 축제에 다녀오고 싶었지만 수강료를 많이 내고 다니는 학교였고, 이 과정을 마친 뒤 영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고급 영어 시험을 볼 계획이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해야 했다.

  그래서 유럽의 어느 곳보다 영국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히치하이크를 아쉽지만 포기하고, 최단시간에 영국의 유명 도시를 거쳐 에딘버러 축제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카메라와 작은 가방을 휴대하고 버스 터미널로 가서 내가 타야 할 버스에 올랐는데 첫 번째 목적지는 영국이 낳은 유명한 시인이며 극작가 셰익스피어(1564~1616)가 탄생한 영국 중부의 에이번 강에 면한 스트랫퍼드(Stratford) 온 에이번(on Aven)이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철이지만,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가벼운 옷차림을 한 관광객들의 기분을 경쾌하게 해주었으며, 널찍한 도로변에 잘 정돈된 특이한 주택들이 매우 낭만적이라서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따라 얼마쯤 올라가니 도로 옆 이층 고옥(古屋) 앞에서 사람들이 떼를 지어 분주히 드나들고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셰익스피어가 탄생한 집이었다.

  언젠가 셰익스피어의 시집을 즐겨 읽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가 셰익스피어의 생가를 방문하는 장면이 TV로 중계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모차르트가 탄생한 잘츠부르크의 생가나 베토벤(독일 본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제국의 수도 빈에서 살았음)이 태어났다는 본(Bonn)의 집에 들렀을 때와 마찬가지로 옥내의 거실과 침실에는 그가 사용했다는 각종 가구와 당시의 유명 인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가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인상적인 카드와 책자,‘소네트 시집’을 사가지고 밖으로 나와 사진 몇 장을 찍은 뒤 셰익스피어 극장이 있는 에이번 강가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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