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21 - 매미(숀탠/풀빛출판사)
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21 - 매미(숀탠/풀빛출판사)
  • 김헌수 시인
  • 승인 2023.08.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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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 / 숀탠 / 풀빛출판사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쟁쟁하다. 목청 높여 노래 부르는 매미들의 합창으로 여름은 무성해진다. 한 달여를 살기 위해 칠 년이라는 긴 세월을 땅속에서 견뎌온 매미의 인내심은 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 중서부 지역에 사는 매미는 17년을 땅속에서 살다가 태어난다. 이 매미들은 무리지어 태어나는데 17년 만에 태어나 한꺼번에 운다. 17년을 어둡고 습한 땅속에서 지내야 한다니 얼마나 답답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17년 만에 땅 밖으로 나오는 매미들은 3주에서 5주 정도 노래를 부르다가 삶을 마감한다.

 매미의 일생을 보면서 아이들은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생각했다. 급식조리원으로 일하는 엄마, 택배기사를 하는 아빠, 자동차부품조립을 하는 아빠, 중국요리 주방장 아빠, 고등학교 선생님인 엄마, 마트를 운영하는 아빠를 생각했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하며 희생하는 부모님을 떠오르며 매미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책에 나오는 매미는, 십 칠년 동안 아파도 쉬는 날 없이 일만 하는 매미였다. 결코 실수 따위도 없다. 뼈 빠지게 일만 하는 매미를 인간들은 고마워하지도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저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한다. 톡 톡 톡! 서류를 들고 서 있는 매미의 눈은 슬프고 불안해 보였다. 작가는 페이지 끝마다 ‘톡 톡 톡!’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아이들이 읽어도 좋고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숀탠의 매미, 매미를 읽고 난 후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톡톡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톡톡톡’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삶을 살아내는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 자신의 의무를 행하는 것의 소중함을 말했다.

 매미가 숲으로 날아간 다음에도 ‘톡톡톡’ 소리가 계속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고난의 소리가 아닌 생명의 소리일까? 회색 빌딩 숲에서도 살아있음을 알리는 소리, 그리고 마침내 푸른 숲에 다다라서는 자유로운 생을 살아내고 있음을 말한다. 우리는 단순히 생존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꿈을 꾸며 산다.

 숀탠은 매미 이야기로 사람들이 주변에 무시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누군가가 있는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했다. 인간들에게 무시당하고 차별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매미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 주변의 친구들, 그리고 바로 ‘나’일 수도 있다.

 17년 동안 일한 매미는 어디로 떠났을까? 아이들은 친숙한 매미울음에 부모님의 그림자를 얹어놓았다.
 

 김헌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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