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의 잘못된 법해석, 미봉책으로 덮을 일이 아니다
법제처의 잘못된 법해석, 미봉책으로 덮을 일이 아니다
  • 김학수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 회장
  • 승인 2023.08.29 15: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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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 회장

 최근 경찰이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학습에 이용하는 전세버스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해당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단속을 예고하여 전국의 초등학교가 큰 혼란에 빠졌다가 지난 8월 25일 당분간 단속을 유예한다는 발표에 한숨을 돌렸다.

 그동안에는 정기적인 통학용 차량에 대해서만 어린이통학버스로 보고,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에 일반적인 전세버스를 이용해왔다. 그러나 법제처 해석에 따르면 일시적인 교육활동 목적으로 초등학생을 태우더라도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는 어린이통학버스에 해당된다는 것이어서 전세버스를 현장체험학습에 이용하려면 버스를 어린이통학버스 규정에 맞도록 개조해야 하고,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전세버스를 이용하면 안 된다.

 경찰의 단속유예 발표로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전세버스 구조를 어린이통학버스 규정에 맞도록 바꾸어서 이 해석에 맞출 수 있을까? 규정에 맞도록 하려면 버스 1대당 5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개조된 전세버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전세버스 사업자들은 개조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런 상태가 계속되면 ‘불법’이 고착화될 것이고, 만약 경찰이 단속을 시작하면 전국의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이 중단되는 혼란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법제처가 왜 그렇게 해석했는지 궁금해서 관련 규정을 살펴보았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3호는 “어린이통학버스”의 개념을 정의하면서 13세 미만인 어린이를 교육 대상으로 하는 시설에서 ‘어린이의 통학 등에 이용되는 자동차’를 말한다고 규정하였는데, 법제처는 “통학 등”이라는 문구를 “교육활동과 관련해서 어린이를 태우고 이동하는 것 전부”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이런 해석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문구를 보더라도 “통학 등”이라고 규정했으니 통학과 유사하게 정기적, 반복적으로 이동하는 경우만 해당하고, 현장체험학습과 같이 비정기적,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제외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이 규정을 둔 목적은 어린이들이 각종 교육시설을 오가는 동안에 노출되는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통학’이라는 말은 매일 학교에 오가는 것을 의미하고 도서관, 교습소, 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이동하는 것은 ‘통학’이라는 용어와 맞지 않기 때문에 그것까지 포함시키기 위해서 ‘통학 등’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즉, 정기적·반복적으로 각종 교육시설에 오가는 것을 ‘통학 등’이라고 규정한 것인데, 법제처는 이런 배경을 무시한 채 현장체험학습도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잘못 해석한 것이다.

 잘못된 법제처의 해석을 유지한 채 단속만 유예한다면 국가가 ‘불법’이라고 선언하고서도 단속유예라는 미봉책으로 장기간 불법을 방치하는 셈이 되고, 이것은 국가가 스스로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 무너뜨리게 된다. 

 단속유예라는 미봉책으로 덮을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법제처가 잘못을 인정하고 해석을 바꾸는 것이 초등학교 교육현장의 혼란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김학수<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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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죠 2023-09-05 10:16:40
위에 댓글 단 시민. 그건 아니죠. 초등학교 전세버스 현장체험학습에 얼마나 안전을 강조하는지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네요. 초등학교 전세버스 현장체험학습에 있어서만큼은 충분히 안전합니다. 어린이통학버스만 안전하다는 오류에 빠지지 마시길
시민 2023-09-05 06:46:26
법제처의 해석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법제처는 어린이의 안전을 고려하여 그렇게 해석했다고 답변했고 어린이 통학 버스가 단순히 외관만 노란색이 아니라 보조발판, 하차확인장치, 어린이 탑승 표지, 개방형 창문, 최고속도제한장치, 조절가능 좌석안전띠, 후방보행자 안전장치와 같은 어린이 보호를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기에 어린이 안전을 위해 현장체험학습과 같은 활동에도 어린이 통학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당장 추진하기에 현실성이 없고 비용문제가 있다는 점이 어린이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현 상황에서 계도기간이라고 하며 미봉책을 제시하고 현장체험학습을 가도 된다고 하는 교육부의 태도를 지적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