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 <53> 알코올을 뿜어내는 소화기관
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 <53> 알코올을 뿜어내는 소화기관
  • 이강희 작가
  • 승인 2023.08.2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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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이야기
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이야기

우리는 일상에서 갖는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주변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술을 마시며 취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사람을 만나서 술을 마시는 행위를 하며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술에 취하는 사람이 있다.

입을 통해 술을 마신 적은 없지만 술에 취한 상태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질환인 ‘소화기관발효증후군(Gut fermentation syndrome)’으로도 불리는 ‘자동주조증후군(Auto-brewery syndrome, ABS)’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신화나 전설 같은 이야기의 소재로만 사용되었던 이 질환은 USA나 일본에서 실사례가 보고된 질환으로 이미 방송과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알려진 사례다. 많지는 않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섭취하는 과일이나 밥, 빵, 국수와 같은 탄수화물을 체내에서 분해하여 만들어지는 포도당 같은 과당이나 이당을 체내에서 발효하여 알코올을 만드는 질환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작용이 체내에서 발생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측정될 정도의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일상에서 활동하는 것이 알코올에 취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현상이 일생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특별한 차이를 못느껴 그냥 지낼 수 있다.

태어나서 술집에 가지 않았고 입과 코로 술을 마시지 않았거나 주사로 술을 혈관에 주입하지 않았지만 몸에서는 술 냄새가 나고 몸이 나른하거나 서 있으면 비틀거려 몸을 주체할 수 없는 등 술에 취했을 때 몸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같은 모습이 생긴다.

자칫 알코올에 중독된 듯한 모습도 보여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탄수화물의 섭취가 과도한 나머지 알코올 발효가 급격히 늘어나 체내의 알코올 농도가 증가해 급성 혈관질환을 일으켜 수술을 받는 경우가 보고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은 아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식사를 조절해야 한다. 우선 자동주조증후군 환자의 몸속에서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발효의 원인물질인 ‘당(糖)’공급을 줄여야 한다.

탄수화물과 포도당이 들어있는 과일이나 음료의 섭취하지 않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그 외에도 여러 치료법을 동원해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다. 이후에도 알코올의 금단현상 등과 관련해 우울감이나 공격적인 성격이 나타날 수 있어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경우는 굉장히 희귀한 경우이면서도 굉장히 안타까운 경우다. 질환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남들보다 세상의 즐거움 하나를 모르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술이 담고 있는 발효의 향긋함 말이다. 쌀이나 보리 같은 곡식이나 포도 같은 과일이 품은 자체의 향도 있지만 이런 곡식이나 과일 재료가 알코올 발효를 할 때 나오는 이질적이면서도 꽃 향에 버금가는 향긋함은 이런 질환을 앓고 있는 이에게는 치명적일 수가 있다. 그렇기에 질환을 앓는 이들에 대한 연민이 있으면서도 이런 질환을 포함해 다른 질환도 앓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가도록 건강이 유지된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스러운가?! 건강에 감사할 뿐이다.

 

글 = 이강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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