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90> 국가인권위원회도 못 막는 농촌텃세 (3)산이 깨지면 비극이 생긴다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90> 국가인권위원회도 못 막는 농촌텃세 (3)산이 깨지면 비극이 생긴다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승인 2023.08.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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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날랜 풍수/빠른 지관은/격랑 절벽에서도/혈처를 보는 법”. 사상가·시인이셨던 김지하 선생이 생전에 필자에게 늘 가르치신 말씀이다. 그는 진정한 풍수 사상가였다. 왜 그리 말하는가? 시인의 수많은 저서에서 풍수 담론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죽어서 최고의 길지에 안장된 사실에서이다. 작년(2022년) 5월에 작고한 선생은 원주 흥업면 매지리 ‘토지문화관’ 뒷산에 안장되었다. 이른바 ‘구름 속의 반달 모양[운중반월형·雲中半月形]’의 길지이다.

진정한 풍수사라면 죽어서도 길지에 묻혀야 한다. 김지하 시인이 그러하였다. 지난주에 소개한 풍수학자 박시익 박사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한겨레 신문이 주최한 ‘한겨레 풍수학교’(2000년 1월) 수강생들이 남원양씨 집성촌인 순창군 동계면 구미 마을 답사를 마치고 이웃 마을인 가라울[추동·楸洞]을 지날 때였다. 박시익 박사가 갑자기 추동 회관 앞에서 관광버스 3대에 탑승한 수강생들을 내리게 하였다.

순간 필자는 바짝 긴장하였다. 필자의 생가가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생가 반대쪽 산밑에 제비집 명당[연소혈· 燕巢穴] 폐가를 구해 혼자 5년째 ‘명당실험’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지금은 집은 없어지고 터만 남았다). ‘풍수학교’ 수강생이나 집행진도 모르는 일이다. 박시익 박사도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박시익 박사는 수강생들이 내리자마자 마을 풍수를 설명하였다.

“여러분이 지금 보시는 이 마을은 우백호가 길게 마을을 감싸 안으면서, 안산 역할을 하고 있기에 좋은 명당이 되었습니다. 특히 출향인들 가운데 부자가 많이 나올 것입니다.(...)” 우백호는 재물·돈을 주관하기에 그리 말한 것이다.

깜짝 놀랐다. 고향을 떠난 이들 가운데 큰 부자가 된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이웃 마을에서는 무표정하게 필자의 해설을 듣고만 있던 박시익 박사가 이 마을을 순간적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김지하 시인이 강조한 그 “직관”이었다. 필자의 풍수 안목이 제3자에 의해 검증받던 순간이기도 하였다. 이 사실을 모르고 1년 후인 2001년 이 마을 방문한 풍수학자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이 마을을 가래[추·楸]형국, 즉 삼태기 명당이라고 하였다. 표현만 다를 뿐 박시익 박사의 평과 다를 것이 없었다. 최창조 교수는 좌청룡을, 박시익 교수는 우백호를 강조한 것이 차이였다.

한국 최고의 풍수사 최창조와 박시익 두 교수에 의해 순창의 이 마을이 전국의 길지로 ‘공인’되던 순간이었다. 또한 필자의 풍수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던 순간이었다.

사람이나 땅이나 망하는 것은 순간의 일이다. 이러한 길지가 20년 후 ‘악질 텃세’로 대명사가 되어 중앙·지방지들 및 광주 MBC라디오에 반복적으로 보도되었다. 심지어 금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 마을을 적시하여 행안부 장관과 순창 군수에게 “권고”문을 발송할 정도였다. 유감스러운 것은 행안부에서는 연락이 왔으나, 순창군청 홍보 담당 부서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다는 점이다. 순창군 관내의 모든 언론 보도를 정리하고 보고하여 군수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부서가 말이다. ‘군수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것 같다(전임 군수 모씨 때 야기된 사건으로 현 군수와는 무관하다). 왜 ‘악질 텃세’ 마을이 되었을까?

“산이 깨지면 비극이 생긴다[산파인비·山破人悲]”. 조선왕조 풍수 관리[지관·地官] 필수과목 ‘명산론’ 문장이다. 앞에서 박시익 박사가 이 마을의 장점으로 칭찬했던 우백호가 도로 확장으로 깨졌다. 또 최창조 교수가 칭찬했던 좌청룡 끝자락을 대형 축사의 악취와 오물로 더럽혔다. “산이 깨지면 인간에게 비극이 생긴다”는 대표적 사례이다. 어찌 이 마을뿐이랴! 왜 그렇게 되었을까?(계속).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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