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을 먹는 나라
찬물을 먹는 나라
  • 홍민기 수필가
  • 승인 2023.08.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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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수필가

 2004년도 나는 아내와 함께 중국 북경일대를 여행했다. 자금성과 만리장성 등을 관람하는 4박5일의 여행은 무척 즐거웠기에 오래토록 추억으로 남았다. 그 여행 때 우리 관광단을 이끌었던 아가씨 가이드가 있었다.

 연변 조선족 의사부부의 딸로 북경에서 대학을 나온 인텔리로서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었다. 그런데 외모와 달리 치아주변이 치석이 낀 것처럼 까맣게 되어있었다. 궁금을 못참은 나는 아내를 통해 물었더니 늘 마시는 녹차때문이라 하였다.

 중국 대부분 지역의 땅은 석회성분이 많고 이런 물은 정화과정을 거쳐서 마셔야 한다. 그런데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아 보완책으로 석회성분의 체내 흡수를 막고 그 후유증을 약화시키기 위해 녹차를 마시는 것이다.

 이렇게 녹차를 마시는 습관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심지어 영국(영국은 녹차를 발효한 홍차를 마심) 등 유럽지역도 상당수 녹차를 즐겨마신다. 세계적으로 자연수를 그대로 마실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등 몇개 나라에 불과 하다.

 미국 택사스에 사는 남동생 집에는 상당히 큰 ‘연수기’가 설치되어 수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미국 등 다수 선진국의 경우 부유한 재정을 바탕으로 석회성분 등 유해성분을 정화하는 장치를 수도와 연결, 정화하기에 수돗물일지라도 자체 정화기가 필요없이 마실 수 있게 해놓았다.

 중국은 자연수에 석회성분이 많기 때문에 찬물을 그대로 먹을 경우 체내축적은 물론 배탈, 배앓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물을 끓여 따뜻하게 먹는게 상식과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학생들의 경우 책가방과 함께 보온병이 필수품이 되었었다.

 이렇게 물을 끓여 따뜻하게 마시는 습관은 열대지방이라해서 예외가 아니다. 아프리카나 중동, 남미 등 대부분 국가도 따스한 물을 마신다. 그런 습관은 수인성 전염병인 페스트(흑사병)가 전 유럽을 휩쓸던 시절, 사람들이 목욕을 기피하면서 더 심해졌다.

 당시 유럽은 목욕기피로 몸에서 악취가 심하게 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향수를 많이 뿌렸는데 미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호텔에서 샤워를 많이 하는 것을 보고 나중엔 따라했고, 자국에 돌아가서 샤워를 하는 것이 오히려 예방에 좋아 목욕기피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도 세계 상당수 나라에서는 ‘찬물’을 마시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 찬물을 그대로 마시는 것을 보고 놀라곤 한다. 찬물기피가 가장 극심했던 중국에서도 정수기를 통해 걸른 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내자 찬물을 마시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다.

 과학과 논리가 통용하는 현대사회에서도 전통이나 관습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음에 앞서 가성비없는 낭비이다. 찬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는 우리나라 자연에 감사하며 이 자연이 더 아름답게 보존되도록 노력해야 할 일이다.

홍민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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