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는 국가: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보며
어디에도 없는 국가: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보며
  • 전수미 변호사
  • 승인 2023.08.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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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미 변호사
전수미 변호사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끝났다. 하지만 잼버리 파행에 대한 논란과 책임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위에 피할 수 있는 그늘막과 내부 쉼터가 부족해 참가자들이 힘들어했고, 개영식에만 온열환자가 108명 발생했다. 폭염으로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열약한 야영 여건이 알려지면서 한국이 잼버리에서 ‘오징어 게임’을 시킨다는 외신보도까지 속출했고, 끝내 미국과 영국 당국은 자국 학생의 안전을 위해 야영장을 철수시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해야 했다.

잼버리 파행은 사실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2019년 미국 잼버리 출장보고서에 그늘막과 열사병, 대회장 부지 배수불량, 샤워시설 및 화장실 등이 문제라고 보고되었지만 4년 동안 이러한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자 잼버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매우 더운 날씨를 충분히 예상했다”며 “우려하는 것과 달리 참가자들은 굉장히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으며 야영 생활에도 익숙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조직위의 태도는 2차 세계대전 중 보급부실로 인해 참모들이 다 반대했던 ‘임팔 작전’을 강행하면서 ‘일본군의 정신력’을 강조했던 무타구치 렌야(牟田口 廉也) 제15군 사령관을 연상시킨다. 결국 임팔 작전은 처참한 패배로 끝나면서 일본의 패망을 재촉했다. 공동 조직위원장 5인중 3명은 현 정부의 장관들이었고, 현 정부에서 총사업비의 약 86%를 사용했음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급기야 잼버리 참사에 따른 책임이 문제되자 파행의 책임을 전라북도로 돌리고 있다.

전라북도는 조직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집행하는 집행기구일 뿐이다. 상식적으로 이번 새만금 잼버리 참사에 대한 책임은 현 정부의 장관들이 있는 조직위원회, 나아가 정부에 있는 것이 맞다. 책임에 대한 비난을 면제받기 위해 K-POP 스타들을 소환하려 했다가 전 세계 팬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다급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불렀던 ‘American Pie’를 직접 부르는 게 나았을 것이다.

사고는 어른들이 치고, 아이돌들이 잼버리 K-POP 콘서트에 출연해야 했다. 수만 명의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들은 각 지방의 숙소에서 마지막 폐영식과 콘서트 참여를 위해 새벽부터 나와 몇 시간이고 대기했다. 높은 분들의 체면과 위신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기업과 행정력이 동원되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잼버리였나.

일부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잼버리 초기부터 ‘전라북도 책임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현재 이들을 중심으로 이번 잼버리 ‘부실개최’ 문제를 ‘전북 비하’ 내지는 ‘호남 비하’의 소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의 전북책임론에 대한 전라북도 비판 여론이 조성되고 있어 실로 안타깝다.

나아가 이번 새만금 잼버리 사달에 대한 전라북도 책임론은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의 총선 전략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호남과 비호남을 갈라치기하여 총선 승리 전략 중 하나로 가겠다는 것 같다. 집권 여당의 전라북도 책임론은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이다. 만약 현 정부가 잼버리 파행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스스로가‘무능 정권’임을 자인하는 것이 될 테니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필사적으로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라북도로 돌릴지 걱정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비가 와도 내 탓, 비가 오지 않아도 내 탓인 것만 같았다”라고 말을 하며 자리의 무게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잼버리 파행까지 어디에도 국가는 없었다.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지도 않고,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다.

일선의 실무자들만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국민은 각자도생해야 하는 무정부 대한민국. 자기편과 자기 이익을 위해 뭐든 하는 집단이 바로 현 정부가 그렇게 싫어하는‘이권 카르텔’아닌가. 스스로가 이권 카르텔의 몸통임을 자처하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남 탓하지 말고 책임져라.

전수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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