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교외의 도버산성과 옥스퍼드 대학 방문
런던 교외의 도버산성과 옥스퍼드 대학 방문
  •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8.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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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항상 바쁜 운명을 타고나서인지 영국에서의 생활도 여전히 바빴다. 런던에서 학원에 다니다 보면 학원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주선하는 주말관광에 참가하게 마련인데, 그로 인해 우리의 런던 생활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런던의 교외 소풍 대상지는 버스로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명소로, 제일 먼저 간 곳은 도버(Dover) 해협 연안에 있는 ‘도버 산성’이었다. 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산성 곳곳은 무시무시한 인상을 줄 만큼 음산했고, 성 밖으로 나와 도버 해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천만 길이나 되는 듯한 낭떠러지 밑에 파란 물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으며, 물 위에 한가로이 떠다니는 화물선과 여객선은 장난감 배처럼 조그맣게 보였다.

 한 발짝 잘못 디디면 수천 리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질 듯한 무시무시한 산성 구경이 끝난 뒤 다시 버스에 올라 절벽에서 바라보았던 해변으로 내려갔다. 물가에 모여든 아가씨들은 조약돌을 줍고, 연거푸 밀려드는 파도 앞에서 물장난을 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해변을 거니는 동안 무엇보다 나에게 만족감을 불어넣어 주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1천여 년 전에 바이킹족이 타고 해협을 건너 템스 강으로 들어올 때 사용했던 선박을 복원한 짙은 원색으로 채색된 배였으며, 이와 함께 떠오르는 것은 바이킹선 옆에 서서 사진을 한 장만 찍어달라고 애원하던 사우디아라비아 학생이다.

 도버 해협의 여기저기를 배회하면서 즐기던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캔터베리(Canterbury)를 향해 출발했다. 영국 종교의 중심지요 영국국교회의 대주교가 거처하는 캔터베리는 조그마한 도시인데,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인지 아늑한 도시의 여기저기에는 잘 꾸며놓은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손님들로 붐볐고, 거리 곳곳에는 여러 가지 기념품이 오가는 손님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이 주말여행 이후 내가 방문한 곳은 귀에 상당히 익고 동경의 대상이 되는 옥스퍼드(Oxford) 주의 옥스퍼드 대학이었다. 같은 기숙사에서 거의 한 달을 같이 지낸 로마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 학생들과 함께 옥스퍼드에 가기로 했다면서 나에게 같이 가자고 청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선뜻 응했다.

  영국의 자연은 변화가 많고 전원적이어서 어디를 가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옥스퍼드가 런던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런던에서 옥스퍼드까지 약 1시간이 걸리며 버스가 달리는 동안 길 주변 또한 아름다웠다.

  차가 옥스퍼드 시내로 들어갔을 때 도시 전체가 불그스레한 빛을 띠고 있어 놀랐는데, 학교에 도착해서는 바로크식으로 세워놓은 큰 건물 대부분이 대학 건물이라는 데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안내원의 설명에 의하면 옥스퍼드는 ‘황소와 작은 내’에서 유래된 말로 대학 근처에 이 작은 내가 흘렀는데, 1년에 한 번 대학생들이 술을 마음껏 마시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노래와 보트 놀이 등으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규하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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