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누리 작가 ‘상점의 초상’…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트랜디셔널한 상점들
김누리 작가 ‘상점의 초상’…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트랜디셔널한 상점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08.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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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과 동시에 내 주관적 인상이 곁들여진 재현의 작업들로 변하기 이전, 내가 처음 마주했던 그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이제는 점점 그들 자체의 모습인 상점의 초상으로 쌓여간다.”

 김누리 작가가 20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2관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상점의 초상’은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들이 흩어지고 새로운 인연으로 메꾸기를 반복하는 그 시간을 새긴 작업이다. 김 작가는 각자의 자리를 찾아 떠나고, 옆자리가 비었다가 다시 채워지기를 반복하는 우리의 흔적을 일상 속에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상점을 통해 남기고 있다.

Quassaick Deli in New windsor_mixed media on woodboard 53x41cm 2023
Quassaick Deli in New windsor_mixed media on woodboard 53x41cm 2023

 그 방식은 1층 가게만을 엄선해 그것으로 화면을 채우거나, 하나의 독립된 장면처럼 떼어내 길과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건물의 입면 또는 정면으로 상점의 초상을 담는다. 사실적 기록에 주를 두는 듯 하지만, 주관적 인상이 짙은 그림이다. 작가는 상점에서의 개인 경험을 기념품처럼 내세우지 않으면서, 김누리적인 색감으로 표현해 세월의 무게를 은근하게 드러낸다. 관람객은 제목과 화면만으로도 특별한 사연을 지닌 상점임을 깨닫게 된다.

벤프랭클린_Ben Franklin 99c store in Middlebury in Vermont
벤프랭클린_Ben Franklin 99c store in Middlebury in Vermont

 배민영 예술평론가는 “어느 이름 없는 복도에서 필자가 알고 있던 뉴욕의 한 상점을 김누리의 그림으로 다시 만났고, 그것은 반가움과 신기함이라는 추억의 감정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이미 알고 있는 곳, 들어가본 곳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여느 여행 기록물들로부터는 좀처럼 얻을 수 없는 시각적 성취였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원광대 금속공예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무작정 뉴욕에 입성해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교류를 펼치면서 성장했다. 2016년 첫 개인전 ‘단골가게’이후 꾸준히 작품전을 열고, 서울과 전주, 울산, 창원 등을 오가면서 다양한 그룹전과 아트페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예술로 사업 리더예술인으로 활동하면서 CGV-팝콘통 그리기대회, 산속등대-산속아트페어를 기획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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