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가족 양육문제와 독일의 경험
한부모가족 양육문제와 독일의 경험
  •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8.16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가족은 사회의 기본 단위로서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는 보호막이자 울타리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한부모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빈곤과 고립을 감내해야만 하는 ‘특별한’ 가족이다. 그들은 보통의 가족처럼 서로 끈끈한 정서적 유대와 돌봄을 실천하고 있음에도 전통적 개념의 ‘정상 가족’이 아니라는 편견으로 인해 돌봄과 양육의 사각지대에서 숨죽이고 있다. ‘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거나 최근에 받지 못했다는 한부모가족 비율이 80.7%로 나타나 혼자서 양육과 생계를 전담하는 한부모가족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일차적으로 법의 사문화가 문제이다. 원활한 양육비 이행확보와 미성년 자녀의 안전한 양육환경 조성을 위한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이미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법시행 이후 미지급 사례가 오히려 그 이전보다 증가하고 있는 모순적 현실이 허탈한 우리의 현주소이다. 법은 물론 운전면허정지, 명단공개, 출국금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양육비 이행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행의무위반인 감치명령이 실제로 집행된 것은 10%에 불과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을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한부모가족에게 더 큰 상실감을 안기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양육비 미지급 건에 대해 정부가 선지급하고, 이후 고의적 양육비 채무자인 배드 파더스, 즉 ‘나쁜 아빠’에게 추징하겠다는 공약이 국민의 공감을 얻으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문제는 이후 양육비 선지급에 대한 구상과 공약이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23년 4월 10일 발표된 ‘제1차 한부모가족정책 기본계획’에도 빠져 공약폐기 수순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의 경우,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가치와 철학으로 국가가 양육비 선지급금(Unterhaltsvorschuss)을 한부모의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5세까지 187유로, 6세에서 11세까지 252유로, 12세에서 17세까지 338유로를 매달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독일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BMFSFJ)는 주무부서인 아동청소년청(Jugendsamt)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며 국가로 이전된 양육비 청구권을 바탕으로 고용주, 보험회사, 세무서, 사회보장기관 등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활용해 양육비 회수와 소송을 대신하고 있다. 양육비를 가장 긴급한 채무로 보는 복지국가 독일은 한부모가족을 특별한 가족이 아닌, 다양한 가족 구성 중 하나로 규정하며 적극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부연하면, 독일 한부모가족은 양육비 선지급금 외에 사회부조(Sozialhilfe)는 물론 유급 자녀 병가(Kinderkrankentage), 자녀 수와 연동된 소득세감면 환급금(Entlastungsbetrag) 등 다양한 맞춤형 혜택이 주어지지만, 이외에 보편적 급여로서 자녀당 250유로의 아동수당(Kindergeld), 양육비 지원(Kindesunterhalt), 부모수당(Elterngeld), 보육수당(Betreuungsgeld), 각종 지역재단 및 주정부 지원금 등을 권리로써 누리고 있다.

한부모가족의 존립과 양육문제는 특별한 가정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이다. 독일의 경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하여 사회적 지원과 포용을 강화하는 선진 복지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도 ‘양육비 선지급제도’의 실효적 부활을 통해 한부모가족들이 안정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길 현 정부에 촉구하며 믿음의 정치로 화답해주길 기대해 본다.

최낙관<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