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또 남 탓? 자기반성이 먼저다
윤 정부, 또 남 탓? 자기반성이 먼저다
  • 안호영 국회의원
  • 승인 2023.08.13 13:1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호영 국회의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막을 내렸다. 당연히 ‘잘하겠지’ 라고 잔뜩 기대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전북도민을 비롯해 국민들의 실망은 창피할 정도이고 외신들의 평가는 더 가혹했다. 어떻게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토록 추락했을까.

  지난 수십 년 기록만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국제 행사 유치와 실행에서 국제적 모범을 보여왔기에 이번 잼버리 사태는 국격 추락의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또다시 ‘전 정부 때문’, ‘민주당 때문’ 이라며 남 탓하기 바쁘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국제 행사가 국내와 해외에서 비판 일색인데, 이번에도 정부가 ‘네 탓’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은 참으로 비겁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잼버리 대회의 새만금 유치가 확정된 것은 지난 2017년 8월이다. 6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 중에서 5년이 문재인 정부였으니 ‘민주당 정권이 잘못했다’ 식의 책임 몰이와 비난은 어처구니없다. 여당은 “5년간 1,000억 원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 검증하겠다”고 했다. 반드시 그렇게 해주길 필자부터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다. 전체 잼버리 예산 1,171억 원 중 87%는 2022년 이후에 집행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 범위를 좁혀봐도 70%에 육박한다. 

  대대적인 홍보에 비해 준비가 미흡한 것은 지자체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부처는 상관없는 것처럼 ‘집행부는 전북도’라고 폭탄 돌리기는 책임 돌리기다. 잼버리 예산 1,171억 원은 국비 303억 원, 도비 419억 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도비가 전체 예산의 36%로 가장 크다. 그 중 전북도가 실제로 배정받아 기반 시설 조성에 투입된 것은 265억 원에 그친다.

  조직위는 사업비 중 74%인 875억원을 사용했고, 더군다나 이번 대회 가장 문제로 지적된 화장실, 샤워장, 급수대 등은 모두 전북도가 아닌 조직위의 관리책임이었다. 초기에 화장실의 비위생과 역류, 부실한 급수 시설, 음식의 위생 문제, 보건 문제 모두가 참여 대원들의 원성을 사고비판을 받았던 내용들이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민주당 김윤덕 의원과 전북도는 지난 장마로 잼버리 부지 배수문제 등이 불거지자 93억 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 이를 20억 원으로 깎아낸 것은 다름 아닌 윤 정부의 기재부였다. 온열질환자 대응 등을 위한 예비비 35억 원을 단호히 반대한 것도 이 정부의 여성가족부였다. “안전 예산 깎으면 책임질 수 있냐”는 물음에 김현숙 장관이 “지금 싸우자는 거냐”라고 대응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니, 이번 사태는 당연한 결과, 사필귀정인 셈이다. 

  대회 기간에 드러난 상황대처 능력도 낙제점이다. 영내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처리에 일부 지도자와 대원들이 퇴영을 결정했다. 성범죄를 누구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여가부 장관은 “경미한 일로 보고받았다” 며 딴청을 부렸다. 여당 의원은 “최악의 국민 배신 망동”이라며 퇴영에 야권 배후설까지 제기하는 망언도 서슴치 않았다.

  영국 등 대규모 파견국들이 조기 퇴영을 결정하며 대회가 반토막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김현숙 장관은 “한국의 위기대응 역량을 보여주는 시점”이라며 실성 망발을 이어갔다. 상황 파악조차 못하고 기본 인식과 자세는 더 큰 문제였다. 이것은 국제적 망신살이다. 

  오죽했으면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잼버리 강제동원’이라는 말이 돌았겠나. 기업에 숙소와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했다는 증언이 빗발쳤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에는 인파 통제를 위한 인력을 갹출하라고 했다고 한다. 모 대학은 예멘 대표단의 숙소와 식사를 마련해놓았지만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밤을 보냈다고 한다. 확인 결과 예멘 대표단은 입국조차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미숙한 행정처리의 처참한 수준이다. 냉방 버스와 냉수를 제공한다고 정부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태풍까지 겹쳐 잼버리 대회가 사실상 조기 폐막했다. 이 심각하고 불명예스런 사태에도 정부는 희생양 찾기에 급급하다. 폐막 전부터 전북도에 대한 고강도 감사, 여가부 폐지론을 흘린 정부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발언은 듣기조차 거북하다. 

  대통령은 국민과 국익 앞에 무한 책임을 져야한다. 잘해도 정부 성과지만 못해도 정부책임이다.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부터 책임과 반성은 안하고 남탓만 하고 있으니 국민은 그저 불안할 뿐이다.

 ‘남 탓 정권’ 하에서 향후 국제행사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라는 큰 기회를 앞둔 지금, 잼버리 사태를 복기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잼버리 대회는 새만금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간척지가 배수에 취약한 만큼 기후 위기 대응능력과 공간 활용계획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홍수, 범람에 대비한 간척지 침수 방지대책, 배수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배수갑문 확대와 조력발전 등 개발과 안전, 수질, 환경을 함께 고민해야 비로소 대한민국의 미래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다. 

  약은 입에 쓰고 주사는 따끔한 법이다. 총체적 부실에 대한 잘잘못은 분명 따져야겠지만, 그렇다고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하는 것은 더욱 안될 일이다. 대한민국의 국격 회복과 새만금의 도약을 위해서라도, 가장 먼저 냉철한 반성과 내부 성찰이 최우선일 것이다.

 
 안호영 <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노마드 2023-08-14 22:50:33
왠 중앙정부 타령. 우선 전북도와 도지사부터 비판한 후에 해도 안 늦음. 전북도 및 여가부 등 전반적 업무 및 재원사용 감사필요.
김성진 2023-08-14 16:06:52
지난 정권보다 잘해야 하는데!
국민은 문재인 정권보다 윤석열 정권을 기대하고 정권을 넘겨주었는데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윤석열 정부는 잘못한 정책이나 불행한 사건에 대하여는 모두 문재인 정권을 탓하고 있으니 기가 막혀 어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잼버리 대회만 하여도 잘못된 사실에 관하여 윤석열 정권은 전라북도와 문재인 정권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정도라는 사실이다.
잼버리에 대한 대규모 예산 지원이나 관련 정책 심의·조정 권한은 ‘정부 지원위원회’가 갖고 있다는 사실로 보아 어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냐는 것이다. 실로 앞날이 걱정이 아닐 수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