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새만금에서 진행 중인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태풍 카눈으로 인해 조기 철수를 선언했다.
대회 시작부터 준비부족과 부실 운영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잼버리가 결국 국제적 망신을 면치 못하게 됐다. 야영생활을 통해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새만금에 잼버리 대회를 유치했지만 돌아온 것은 ‘실사판 오징어 게임’ 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다.
세계 13위 경제 대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으로선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전북과 새만금을 알리고자 수년간 준비했던 전북도와 전북의 14개 지자체는 이런 참혹한 현실에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논란을 두고 윤석열 정부는 “준비 기간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최초의 스카우트 대원 출신 대통령’ 타이틀을 자랑하며,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 자격으로 개영식까지 참석했던 대통령 윤석열은 어디에 있는가.
남은 기간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과제이지만, 무슨 사고만 터지면 전 정권 탓으로 책임을 돌리는 현 정부의 무능함과 뻔뻔함에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대회를 유치한 것은 박근혜 정부이고, 이후 5년간 준비는 문재인 정부 몫이었지만, 결국 행사를 차질 없이 치러낼 책임과 권한은 현 정부에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1년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만약 전 정부가 해오던 대회 준비에 문제가 있었다면 시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대부분의 실책을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들에게 모멸감만을 줄 뿐이다.
먼저,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사례를 보면, 1996년 김영삼 정부가 유치하였고, 김대중 정부에서 성공적으로 치렀다. 대회의 흥행, 일본과의 경쟁이라는 압박하에서도 보란 듯이 합심한 결과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사례를 보자.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유치하여 원래대로라면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준비가 잘 되었을 리 만무하였지만 문재인 정부는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을 거뒀다. 2017년 5월 임기를 시작하여 8개월간 노력한 덕분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대통령 직무평가 및 국정지지도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많은 국민들이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인 대회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평창올림픽 승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준비했던 기간이 짧았지만 대통령이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서울올림픽, 한일월드컵, 평창 동계올림픽…. 대규모 국제대회 유치 사업은 정권이 바뀐다고 허투루 할 수 없다. 국가의 격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권에서 시작했는지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행사가 열리기에 당시의 정부가 성과를 내고 책임지는 것이 맞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이번 잼버리 사태 책임의 중심에 있다. 전북도를 희생양 삼고 전북에 책임을 전가한다면 국정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
특히 이번 논란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이번 잼버리 사태도, 이태원 참사도, 오송 지하차도 참사까지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라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다행히 위기의 잼버리를 구하기 위해 전북도민을 비롯한 전국지자체와 자원봉사자, 기업 그리고 종교계에서 도움의 손길을 건넨 덕분에 잼버리 대회가 고비를 넘겼다. 전 정권 탓하기로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 국가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 집권 1년 3개월 만에 대한민국 국격이 곤두박질쳤다. 워런 버핏의 말이 떠오른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고 무너지는 데는 5분이 걸립니다”
신영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