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새만금잼버리, 과연 실패일까?
2023 세계새만금잼버리, 과연 실패일까?
  • 국방호 前 전주영생고 교장
  • 승인 2023.08.1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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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호 前 전주영생고 교장

 이제 잼버리의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나간다. 개최 결과를 놓고 국가망신이라며 책임공방이 거세다. 작은 행사도 아니고 158개국 4만 3천여 명이 찾아온 거대한 국제행사를 예정된 일정대로 다 마치지 못했으니 성공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성공 아니면 실패라고 단순 이분법적으로 단정할 수만도 없다.

그 규모는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실감하지 못한다. 새만큼 잼버리 현장에 마치 몽골의 집 게르처럼 여의도 세 배 면적에 펼쳐진 장관을 보면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고 체험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40명씩 태운 대형버스에 각국 40명씩 160명이 들어서면 이제 한국인지 부안인지 순간 어리둥절해진다.

필자는 영외활동인 곰소의 김치체험에서 통역으로 봉사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행사에 대한 안내를 마치고 10시 반이 되면 대원들이 온다. 현관에서 인원파악과 일정을 소개하고 홍보관으로 들어가 김치의 재료와 제조과정, 다양한 종류와 활용음식을 화면을 통해 설명한다. 밖의 무더위와 달리 실내라 휴식을 겸해서 집중력이 더해진다.

2층 체험관으로 올라가면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줄지어서 손바닥을 치며 환영한다. 대기하는 동안 대형화면을 통해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각 나라의 노래와 K-팝을 틀어주면 따라 부르며 흥겨워한다. 드디어 김치체험이 시작되면 앞에는 사회자와 통역, 김치장인이 서 있고 행사를 위해 수고하시는 분과 참가한 나라를 소개한다.

김치와 두부김치, 김치전이 소개되고 김장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동안 자원봉사대원들이 간에 절여서 물을 뺀 배추와 양념을 나누어준다. 이어 김치장인이 위생 장갑과 행주치마를 입도록 말하고 버무리는 방법을 설명한다. 드디어 버무림이 시작되고 이어 두부와 김치전, 식혜가 놓여진다.

봉사자들이 자리를 돌며 양념을 바르고 젓가락으로 찢은 김치에 두부를 싸서 먹도록 가르쳐 준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아줌마들이 입어 넣어주면 엄지척을 하면서 좋아한다. 아침을 소홀히 먹어서 인지 매운데도 불구하고 식혜를 곁들이며 잘 먹는다. 시식을 하면서도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흥얼거리면서 취향에 맞으면 일어서서 흔들어 댄다.

이어 자연스럽게 국가별 노래순서로서 단체로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미리 선정 받아 부르면 모두가 일어나 노래와 율동을 한다. 특히 YMCA와 Dancing Queen이 나오면 모두가 어깨에 손을 얹고 탁자 사이를 줄지어 돈다. 홀에 있는 자원봉사자를 비롯해서 사회자까지 모두 끼지 않을 수 없다. 가끔은 무대 쪽으로 나와 무슨 나이트클럽을 방불하게 했다.

마지막 순서로 1층 로비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떠날 때도 위층에는 자원봉사대원이, 아래 층 입구에서는 통역과 공무원들이 아쉬움의 작벌인사를 한다. 왠지 손님접대를 잘 한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하다. 참여한 종사자들도 서로를 격려하며 흐뭇해한다.

더위로 원내 활동이 중단되어 7일에는 한 나라가 늘어나 200명씩 들어와 힘은 들어도 보람이 있었지만 오후 4시 모든 원외활동을 중단한다는 소식에 무척 서운했다. 재개될지도 모른다는 전달을 받고 대기하는 동안 국제대회가 무엇인가를 새삼 돌아보았다.

전주에서 다소 먼 곳에서 숙식하면서 그 많은 다양한 나라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니. 우리고장을 위해 구진일도 마다 않고 헌신하는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만 원짜리 음식을 출장식비에 맞춰 팔 천 원에 해주신 식당 사장님, 멀리서 만 보던 친숙해진 염전, 우리만 못 느낀 곰소 앞 바다를 아름답다고 연신 사진을 찍어대던 미국인 등 수 많은 추억들로 눈과 머리를 가득 채웠다.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운영도 미숙했으며 국제적인 행사 후 역사적인 장소를 활용하는 방안도 시원하지 않다. 그러나 지사와 군수의 사모가 외국인들 속에 섞여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고 우리가 최선을 다한 것은 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멀리 보고 모두 반성하며 또 일어서자!

국방호 <前 전주영생고 교장·전주대 객원교수·전북외국어자원봉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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