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상상하기(28) - 신나는 여름계절학교
작은 학교 상상하기(28) - 신나는 여름계절학교
  • 윤일호 장승초 교사
  • 승인 2023.08.0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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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말부터 덥고 습한 장마가 오고, 가끔 비가 그칠 때면 찜통더위로 힘든 나날이 이어진다. 촘촘한 교육과정, 연간 수업일수가 떡 자리잡고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 교사도 아이들도 남은 7월을 버티는(?) 마음으로 지낸다. 방학할 때쯤 되면 교사들 몸은 어찌도 그리 눈치가 빠른지 몸 곳곳에 신호를 보내며 반응을 알린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도 쉽지 않은 날씨다.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사나 공부하는 아이들 모두 애쓴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여름방학이 대체로 7월 말이니 방학을 앞두고 학기 말에는 진도도 어느 정도 마쳤고, 학급별로 새롭게 창체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때 한 주 정도 배움과 흥미, 쉼이 있는 재미난 활동이 있다면 딱이겠구나 싶다.

 그것이 바로 장승에서 하는 ‘여름계절학교’ 활동이다. 작은 학교 운동에서 시작된 계절학교 활동은 혁신학교의 대명사처럼 한때 유행했다. 봄부터 겨울까지 그 계절에 맞는 활동을 한 주 정도 하면서 몸으로 배우고 익히는 공부라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름에 어울리는 활동은 어떤 게 있을까?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흥미도, 관심도, 성격도 다 제각각이니 모든 아이가 만족하는 결과는 없겠지만 그래도 두세 번 아이들이 무얼 하고 싶은지 희망서를 조사한다. 학년 단계도 살펴야 하고, 지도할 수 있는 여건도 살펴야 한다. 올해는 2차에 걸친 희망 조사로 곤충 탐구, 구기종목, 전통 놀이, 레고 로봇(2개 반), 만화, 요리, 인라인스케이트 이렇게 8개 반을 개설했다.

 유난히 장승 아이들은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이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더위도 잊은 채 들로 산으로, 논으로 다니며 여러 곤충을 공부하고 직접 관찰하기도 한다. 구기종목은 주로 고학년 아이들이 많은데 하루 내내 해도 질리지 않는 활동이 바로 체육활동이다. 피구와 축구, 배드민턴, 티볼 등을 한다. 그리고 이틀은 전주에 있는 볼링장으로 가서 볼링도 친다.

 교사들은 공감하겠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아이들이 몸으로 하는 활동을 많이 하지 않다 보니 소근육 발달이 늦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저학년 때 충분히 놀아야 하는데 밖에서 놀 수가 없으니 근육 발달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픈 아이들도 점점 더 늘어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전통 놀이는 주로 저학년 아이들 차지다. 대문 놀이로 시작해 땅따먹기, 비석치기, 오징어 놀이, 제기차기, 실뜨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 한 주 동안 여러 전통 놀이를 신나게 배우고 익히면서 놀다 보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덥다는 이야기 하지 않고 더 놀자고 할 정도다. 이렇게 노는 법을 알아야 몸과 마음 그리고 뇌까지 근육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다. 놀이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충분히 놀이로 채워줄 수 있다면 신나는 학교생활이 되지 않을까.

 레고 로봇은 저학년과 고학년 두 개 반으로 나누어 코딩교육을 활용한 EV3 조정하기, 레고 WeDo 로봇과 즐거운 코딩활동을 한다. 태생부터 전자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은 코딩을 하면서 “와~~”하고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아이고~”하면서 놀이에 푹 빠져 더위도 잊은 채 신나는 시간을 보낸다. 만화부 아이들은 일러스트에서 쓰이는 캐릭터를 알아보고 그리기도 한다. 나만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건 과정만으로 귀하다. 요리부 아이들은 모둠별로 좋은 음식 재료로 다양한 요리 체험을 한다. 잘 먹지 않는 재료도 자신이 정성으로 만들고 요리하면 신기하게 먹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라인스케이트부는 전주에 있는 인라인장으로 가서 5일 동안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운다. 기본자세부터 양발 밀고 모으기, 양발 밀면서 모래시계 만들기 등 기본이 되는 활동을 배운다. 흠뻑 땀을 흘려도 즐겁기만 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 주 내내 이루어지는 여름계절학교는 스스로 선택한 활동에 푹 빠져 지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활동이다. 이런 활동을 할 때는 아무리 더워도 쉬는 시간을 달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집중한다. 한 주 동안 했는데도 다음 주도 또 했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얘들아, 이번 주는 방학이야~~”

 신나는 여름방학이다!

 

 윤일호 장승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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