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의 깨금발 학교] <61> 문화예술교육의 5천원 식사
[김진아의 깨금발 학교] <61> 문화예술교육의 5천원 식사
  • 김진아 완주 복합문화지구 누에 단장, 전주기전대학 겸임교수
  • 승인 2023.08.0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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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을 지켜보며 안타깝고 씁쓸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수년 동안 준비했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국제 행사를 저렇게 밖에 못하나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른들이 기획하고 준비했지만 정작 그 행사의 주인공은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다. 결론적으로 문화행사의 기획, 집행의 총체적 난국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잼버리 같은 상황이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한 예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면서 교육생(아동청소년 등)에게 기타 운영비(보상금)로 식사와 다과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상위기관에서 지침으로 내려주는 예산 집행 기준에 따라야 한다. 전라북도의 몇몇 프로그램의 경우 식사와 다과비(간식)를 합산하여 1인당 8천원을 집행해야 한다. 다과비가 3천원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식사비로 5천원을 지출해야 한다. 짜장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6,361원으로 지역별로는 7천원이 넘는 현실 속에서 5천원 식대를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다과비까지 합쳐야 겨우 8천원을 사용할 수 있다. 현실 물가를 생각하면, 도저히 운영이 불가능하기에 자부담을 편성하여 교육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탁상 행정에 항의를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어쩔 수 없다’ 이다. 예산 낭비로 의회의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 답답하다.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단체의 부정수급의 사례들로 인해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생의 식·다과비는 8천원, 외부 전문가의 식·다과비는 2만원까지 허용하고 있는 지침을 보면 그닥 설득력도 없어 보인다. 그나마 정부 기관 사업의 경우 1만2천원~1만5천원까지 집행을 허용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투덜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직도 문화예술교육을 예산 낭비라고 인식하는 관료주의가 문제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비현실적인 예산 지침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예산 편성의 철저한 근거를 확인하고, 타당하면 지원해 줄 수 있는 열린 마인드를 원하는 것이다.

 내년에 5천원짜리 밥을 찾아 헤매는 촌극은 그만 하고 싶다.

 

 글 = 김진아(완주 복합문화지구 누에 단장, 전주기전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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