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양심이 살아있는 학교
상식과 양심이 살아있는 학교
  •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
  • 승인 2023.08.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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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br>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

지금 우리 교실이, 학교가 처참하게 무너져내리고 있다. 교육이 침몰하고 있다. 선생님의 교권은 물론이고 기본적 인권마저 짓밟히고 있다.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갑질에 대응하는 순간 악성민원으로 돌변한다.

아동학대처벌법, 아동복지법으로 신고되면 대부분 곧바로 직위해제된다. 선생님에게 직위해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실정법에 적용되는 소위 무죄추정의 원칙은 있으나마나이다.

학교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사회화 기관이면서 마지막 보루이다. 하지만 소위 ‘금쪽이’의 부모는 내 아이의 어떤 행동도 합리화하며, 다른 아이나 교사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때로 학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모두 폭력적이어서 폭행죄, 협박죄, 업무방해죄가 성립되건만 거의 문제 되지 않는다.

학생이 문제행동을 일으켜도, 수업을 방해해도, 학생이 맞아도 심지어 선생님이 폭행당해도 속수무책이다. 엎드려 자는 아이는 차라리 고마울 지경이다. 선생님이 뭐라도 하면 아동학대이고, 내버려두면 직무유기이다.

선생님들이 흔들리고 있다. 사기는 바닥이고, 내가 언제까지 교직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짓누른다. 언제든 악성민원에 노출될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교사로서 자긍심은 고사하고 자괴감으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다. 지금, 선생님들은 교직 탈출을 고민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총체적으로 중대한 위기의 징후들을 보이고 있다. 초저출산은 국가소멸의 인구재앙을 부르고, 청소년·노인 등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남녀임금격차와 노인빈곤율 등은 OECD 1위이다.

위기의 순간에는 사회통합을 위해 집단결속력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새로운 틀을 짜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현재 집단 간 분열과 극단화로만 치닫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병리현상이 심각하다. 약한 고리가 발견되면 가차없이 공격한다. 상대의 밥그릇까지 걷어찬다. 상대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이기적 탐욕과 집단 간 적대감만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상식은 통하지 않고 공익을 생각하는 양심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생·학부모는 공존과 협력은 고사하고 주변을 배려하는 기본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세주의 교육관에 찌든 사회에서 상식과 양심을 기대하기는 애당초 어려운 일인가?

이제 우리 사회는 공존과 협력의 대타협을 이루고 실행해야 한다. 제발 정상적인 교육활동이나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는 상황만큼은 여기서 멈추자.

학생인권이 교권침해와 관련하여 표적이 되고 있다. 학생인권의 일부 과잉과 책무의 부재는 문제가 되지만,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침해 사이의 실증적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는다. 아직도 초보단계인 학생인권에 대한 각성과 보호는 사실상 유효하다.

교권침해 사안의 학생부 기재 움직임이 있지만 이는 자칫 소송 등 필사적인 대응을 가져올 수 있다. 교육당국은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로 인한 과도한 소송 등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세계적인 교육을 유지해온 것은 남다른 교육열과 함께 우수한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교직 탈출이 시작되면 훌륭하고 우수한 선생님들부터 떠날 것이다. 교직을 지망하는 학생들의 수준 역시 현상 유지가 어려워진다. 우리 교육이 철저히 붕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려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추슬러야 한다. 가장 품격 있고 존경받는 직업으로 교직을 다시 세우자. 세계 최고인 우리 선생님들을 지켜내자. 상식이 통하고 양심이 살아 있는 학교를 만들어내자. 최고의 교육을 통해서 창조적 인재로 가득한 세계의 지도국이 되자.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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