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전북의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 승인 2023.08.0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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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전북은 한국 내에서 낙후된 지역의 하나다. 2021년 지역내총생산을 기준으로 보면 전북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광역도는 강원과 제주뿐이며, 광역시들도 세종, 광주와 대전을 빼고는 모두 전북보다 크다. 전북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에 2.6%였다. 1985년에 4.4%, 2000년에 3.3%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여, 전북경제는 전국하위권일 뿐만 아니라 성장률도 전국평균보다 낮아서 상위권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주민생활수준의 척도인 1인당 소득으로 봐도 전북보다 낮거나 비슷한 광역단체들은 강원, 제주, 광주, 대전, 대구, 부산뿐이다.

전북이 이렇게 낙후된 요인을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산업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지도력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지난 십여 년간 급성장한 충북과 비교해보자. 충북의 지역내 총생산은 2010년경 전북과 비슷했으나 지금은 전북보다 30% 정도 크다. 2010년에서 2021년 사이 충북의 연평균성장률은 4.4%로 전국 평균인 2.7%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던 반면, 전북은 1.7%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성장률을 유지한 결과다.

충북의 성장은 제조업 성장이 이끌었다. 2010년에서 2021년 사이에 충북의 제조업 성장률은 6.6%로 전국 평균 2.8%보다 훨씬 높았고, 전북은 0.5%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그동안 전북은 스스로 농도라고 불러왔다. 그런데 광역도들의 2021년 농업생산을 비교해보면 전북은 경북, 전남, 충남, 경남에 이어 전국 5번째일 뿐이다. 전북 내에서도 보더라도 농업은 제일 비중이 큰 산업이 아니다. 현재 서비스업의 비중이 약 60%, 광업 및 제조업이 약 25%인데 비해 농업, 임업 및 어업은 7%밖에 안 된다. 전북이 스스로 농도라 부르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고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한 잘못된 관행이다. 농식품산업을 농생명바이오라 불러온 것도 잘못된 관행이다. 생명과학도 바이오산업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충북 성장의 또 한 가지 요인은 리더십이다. 지난 2010년에서 2022년까지 12년간 충북을 이끈 도지사는 지식산업 시대를 맞아 연구개발을 중시하고 대학을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성장산업인 바이오산업 육성에도 힘썼다. 바이오산업 육성에 관심을 가지고 2004년부터 2020년까지 재임했던 청주지역 국회의원의 지원도 큰 힘이 되었다.

2022년 새로운 도지사가 들어서면서 전북도 바뀌고 있다. 우선, 단시간의 노력으로 전북특별자치도를 설치하게 되어 호남권역에 묶여서 받았던 제약을 벗어나 자체발전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2023년에 들어와서는 교육부의 지역혁신사업(RIS)에 늦깎이로나마 선정되어 대학을 지역발전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에 더해 지난달에는 새만금에 2차전지특화단지를 유치하여 지역에서 규모가 큰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였다.

2차전지는 스마트폰, 전기차, 드론 등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으로서 글로벌시장규모가 현재도 100조원 정도일 뿐만 아니라 급성장하고 있다. 2차전지에 대비해보면, 그동안 전북에서 육성하는 산업으로 익히 들어왔던 탄소소재는 아직 가격이 높아 항공산업 등에만 활용될 뿐 보편적인 소재로 쓰이지 못하여 글로벌시장규모가 현재 6조원 정도밖에 안 된다.

공들여 유치한 2차전지 산업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전략과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일은 책임 있는 공직자들의 몫이다. 나아가 더 중요한 일은 바이오산업을 포함, 낙후된 전북을 다시 일으킬 산업들을 더 유치하는 일이다.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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