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대한민국의 교육
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대한민국의 교육
  • 천호성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 승인 2023.07.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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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 전주교대 교수<br>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최근 서울 서이초등학교 소속 20대 초반 교사 A씨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두고 국민들의 애도와 분노가 커지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소가 가장 마음 아프고 충격적이다. 아마 그곳이 아니라면 자신의 죽음이 개인적인 사유로 취급되거나 묻힐 거라 여기며, 감춰진 진실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안타까운 젊은 교사의 죽음 이면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반드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어쩌다 교육현장이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더 이상 교사들을 개인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학교폭력과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 문제, 보호자의 과도한 민원 등은 교사 혼자서 풀어낼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심각한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에 대한 학교 차원의 대응 인력이나 시스템도 없고, 보호자가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해도 교사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서 수많은 헌신적인 교사들이 병가를 쓰다가 휴직을 하고, 휴직을 하다가 퇴직을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많은 교사들이 교직에 대한 희망을 잃고 교단을 떠나고 있는 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현장이 이러한 상황에 이르기까지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극단적 개인주의의 사회적 분위기가 학교 현장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각자도생 경쟁 사회 질서가 그대로 투사되는 학교, 교사가 학생들 교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하는 학교 안팎의 상황, 아이들 간의 문제가 발생하면 온전히 학교와 교사에게 문제해결을 떠넘기는 사회적인 풍토, 이러한 현상들은 결국 교육의 기본 전제라 할 교사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고 때론 교사를 공격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그 결과 교사들은 교육적 열정과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교육이 가능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고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부는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고위관료는 “과도한 학생 인권 보장이 교권의 추락을 가져왔다”는 식으로 문제를 해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한다. 진단이 잘못되니 처방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그동안 교권을 보장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만든 것은 누구였을까? 현재 교육부는 교육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주요 요직에 앉아 교사들을 이끌어가는 비정상적인 행정을 운영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즉흥적인 정책발표가 쏟아지고 그 책임을 오롯이 학교와 교사가 떠안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학교 안의 권리를 경쟁구조로 인식하고 흑백논리로 사고하는 낮은 인권감수성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교육의 주체라 우기며 과도하게 권리를 주장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방종하고도 아무런 견제를 받을 수 없는 현 교육상황의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 학교 안의 인권을 권리경쟁으로 몰고 가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과거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당했던 폭력과 부조리를 차근히 정상으로 돌려놓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공격과 민원 및 교사 개인의 무한 책임으로 내몰려온 상황을 원칙과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방식을 전제에 두고 문제해결의 시작점을 삼아야 한다.

우선 시급하게 아이들의 심각한 문제행동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학교에 배치하고, 폭력을 동반한 교사 공격 행위에는 단호하게 법적 행정적 대응을 해야 하며,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도 시급하다. 또 학교 안에 공식적인 민원 창구를 만들고 교육활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인 처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학교 교육이 안고 있는 더 근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두고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교육의 가장 기본은 개개인의 온전한 성장과 더불어 사회안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민주시민을 키우는 것이다. 온전한 성장이라 함은 교육을 통해 개인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할 줄 아는 것을 말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성숙한 시민을 키워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학교가 성숙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민주주의의 묘판”으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로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선생님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천호성 <전주교육대학교 교수/전북미래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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