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산치수(治山治水)와 지도자의 리더십
치산치수(治山治水)와 지도자의 리더십
  • 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 승인 2023.07.2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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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우리는 전대미문의 물난리를 겪었다. 필자의 결코 짧지 않은 경험에도 이번의 폭우는 기록적이라 할 만했다.

 현재처럼 수리시설이나 제반 기반시설, 그리고 폭우에 대비한 국가적 차원의 사전 대응이 없었다면 그 피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였을 것이다.

 필자의 사무실은 전주천 어은골 쌍다리 인근에 있어 이번 폭우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수위가 산책로를 집어삼키고 다리를 넘칠 때에는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감마저 느꼈었다.

 다행히도 수위는 다리를 잠깐 넘치다 이후 점점 낮아져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 폭우를 지켜보면서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점을 하나 느끼게 되었다

 과거 같았으면 다리 난간이나 하천 주변에 휩쓸려 내려온 나무, 부유물들로 인하여 다리 교각의 물길이 막히거나 그 흐름을 크게 방해받았을 터이나 이번 폭우에는 그러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쏟아지는 비의 양에 정확히 비례하여 수위가 낮아지는 걸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다 올봄에 전주시에서 전주천, 삼천천에 홍수 방지를 위하여 자연적으로 식생된 버드나무, 억새풀 등을 제거하는 등 하천 정비사업을 하였었다는 소식을 기억하게 되었다. 당시 도내 각종 언론, 환경단체에서는 전주시의 하천정비사업에 대하여 홍수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벌목과 준설을 강행하여 시민들의 조망권을 해치고, 그곳에 서식하는 수달과 쉬리의 생태계를 파괴시켰다며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버드나무는 특유의 낭만적인 흥청거림으로 인하여 우리에게 있어 무척이나 친근하고 향수를 불러내는 수종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가지수가 많고 수면에 축 늘어지는 특성으로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각종 부유물을 가로막아 버드나무 1그루가 집채만한 덩어리를 이루어 물길을 가로막고 급기야 이번과 같은 홍수라도 만나는 경우 하류에 있는 교량의 교각을 가로막아 자칫 대형 재난을 야기하기도 한다. 만일 이번 폭우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대재앙이 닥치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환경은 우리의 후손들에게 백년, 천년을 생각하고 대비하여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권에 관한 문제이다. 수달과 쉬리의 생존권보다는 완산동, 진북동, 덕진동, 금암동 등 저지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 수달이나 쉬리의 생존권의 소중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우리의 생존권 위에 두어야 할만한 값어치가 있다고는 아무리 백번 양보한다 해도 이해를 할 수 없다.

 현재 ‘친환경’은 우리 사회의 ‘언더도그마’화 되어버렸다. 친환경에 역행하는 경우는 그 어떠한 경우라도 용서가 안 된고 어느 일부에게는 우리의 생존권이나 행복추구권을 훼손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지고지순한 가치가 되어버렸다.

 아직도 교외에 나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개구리, 맹꽁이, 반딧불이, 도롱뇽 등은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으로 지정을 해두어 우리 인간들의 행복추구권은 그들의 가치 한참 아래에 처하여 있는 것도 어느정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최근 대한방직 철거와 관련한 ‘맹꽁이’ 논쟁이 있었다. 믿기지는 않으나 누군가 농담으로 한 마리당 이전비용이 2천만 원에 달한다는 엄청나게 과장된 비아냥을 들었다. 설마 그 정도 비용이 들어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그 이전비용이 녹록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고, 그 비용은 오롯이 모두 전주시민과 우리 후손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지나간 폭우를 보면서 나는 새삼 治山治水는 통치의 근본이라는 옛말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그에 맞추어 선도적으로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전주시와 관계 공무원들의 전주천, 삼천천 정비사업에 대하여 진심에서 우러나온 응원과 갈채를 보내며 주변의 상황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소신을 가진 지도자의 리더쉽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모든 사물은 본래의 목적을 다 할 때 그 효용이 극대화된다. 우리의 전주천과 삼천천은 매우 소중한 우리들의 자산이나 우리의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지키기 위한 치수를 위한 도구 이상의 가치는 두지 말자.

 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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