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에 대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 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 승인 2023.07.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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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박희승 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지난 1주일 동안 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5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죽고, 많은 동물들도 폐사되었으며, 드넓은 농경지가 물에 잠겨 삶의 터전이 황폐화되었다. 영문도 모르고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어본다. 비가 그친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다. 야속하기만 하다.

섬진강 상류인 요천을 따라 형성된 마을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필자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여름이면 으레 물난리를 겪었다. 예로부터 하상계수가 심한 섬진강에는 장마철에는 둑이 넘치는 경우가 잦았다. 한밤중에 징소리가 둥둥 울리면서 피난가라고 하면 동네 청년들의 손을 잡고 산 쪽으로 피난을 갔다. 요천 다리를 건널 때면 넘실거리는 강물을 보고 무서워 눈을 질끔 감았던 기억이 난다.

2011년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이후 12년 만에 또 폭우로 인한 큰 피해를 입은 셈이다. 섬진강 유역에서는 2020년 8월에도 큰 홍수가 나 많은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었다. 그래서일까 섬진강 유역에 있는 임실·순창·남원을 비롯한 자치단체들이나 공무원들은 폭우가 예상되자 전 직원이 비상근무하면서 폭우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한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이번 폭우 전에 국가와 지방 하천 정비사업을 통해 하상을 정리하고, 둑을 튼튼히 쌓았으며, 배수펌프장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의 영향도 컸다.

섬진강댐도 과거에 급하게 초당 2,800톤을 흘려보내다 둑이 넘친 경험을 살려 이번엔 미리 물을 빼 댐을 비워두었다가 폭우 시 초당 1,200톤의 물을 천천히 흘려보내 둑이 넘치는 피해를 미리 예방하였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도 이미 아열대성 기후로 바뀐 것 같다. 기온의 상승과 더불어 장마 기간이 아닌데도 수시로 폭우가 쏟아진다든지 아니면 비가 오지 않아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거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낳고, 삶의 터전을 망가뜨린다. 재난이 빈발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애도와 원망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서구에서 재난에 대한 근대적 변화가 일어난 사건으로 1755. 11. 1.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일어난 진도 9의 강력한 지진을 들곤 한다. 이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와 5일 동안 계속된 화재로 리스본 도심 전체가 파괴된 것은 물론 전체 시민 27만 명 가운데 3만~10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리스본 대지진 사건이 유럽의 정신세계를 바꾸어 놓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재난은 도덕적 타락에 대한 신의 응징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유해야 된다는 기조가 나타났고, 국제 재난구호라는 개념이 만들어졌으며, 재난을 극복하는 주체가 교회가 아닌 국가로 바뀌었다.

지구상 자연재해의 피해 규모는 나라에 따라 그 피해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구상에 큰 자연재해가 많았던 2008년 재난 상황의 목록을 보면 미국은 토네이도나 폭풍으로 인한 피해가 여러 번 발생했지만 사망자의 수가 합계 6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얀마를 덮친 사이클론으로 인해 138,000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가 발생했고, 중국 서부 쓰촨성의 진도 7.9 지진으로 인해 90,000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가 발생했다.

위에서 보듯이 미국에서의 십 명대의 사망자 수와 아시아의 수만 명의 사망자 수는 뚜렷이 대조된다. 비슷한 규모의 자연재해에 소수의 인명 피해를 낳기도 하고 대규모의 인명 피해를 낳기도 하는 차이는 재해에서 자연적 요인보다 사회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난의 원인이 인위적이냐 자연적이냐 보다 관리됨과 관리되지 못함의 구분이 재난문제에 더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오송 궁평 지하차도의 경우 순식간에 들이친 물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 대부분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러한 재난은 개개인에겐 돌발적이고 급작스런 상황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예측 가능했던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장은 보상과 후속 조치가 중요하지만 사전에 좀 더 대비를 하였더라면 이러한 참사는 충분하게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희승<법무법인 호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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