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들인 밝은 빛의 에너지, 소선녀 시인의 ‘두베가 내게 올 무렵’
우리 안에 들인 밝은 빛의 에너지, 소선녀 시인의 ‘두베가 내게 올 무렵’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07.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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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선녀 시인의 시는 타인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이다. 시인은 진솔한 자기고백과 타자를 향한 그리움을 창작동기로 삼으며 시를 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나긋나긋한 시인의 음성지원이 되는 듯 하다. 살갑다. 감정이 잘 전달된다. 그런데 전달하고 있는 핵심 내용이 때론 송곳이다. 무방비상태로 페이지를 넘기다 급소를 찔려 본 독자라면 십분 이해할 수 있는 말일 게다.

 소선녀 시인의 ‘두베가 내게 올 무렵(현대시학사·1만원)’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시집이다.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별들처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그토록 갈구했던 관계도 때가 되면 소멸할테지만, 당신의 곁엔 여전히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음을 선명한 얼굴로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몽골의 초원에서 본 ‘두베(Dubhe)’를 생의 언저리까지 끌고 오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의 세상 역시 비추고 있을 달의 눈썹을 바라보며 간구한다. 뜨고 지는 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부엌의 풍경 안에서 삶을 삶아내고, 오늘도 이런 저런 사물을 눈여겨 보며 지나온 시간에 대해 성찰한다.

 시인은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자연에 기대어 서정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시집 전체의 분위기를 매만지며, 독자와 신뢰를 쌓는다. 다채로운 감각으로 표현해낸 심미적 형상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독자의 공감을 산다. 그 화폭 안에서 초월적이고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이는 시인의 상상이 아닌, 틀림없이 꼭 경험한 이야기인 것만 같은 느낌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소선녀의 이번 시집에서는 유려한 감각의 언어들을 여러 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며 “소선녀 시인의 작품들은 비록 볼륨이 작더라도 자신의 존재증명을 확연하게 해가는 세목들을 일일이 담아내는 정성을 들이고 있다. 혹은 삶의 이치를 더없이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유력한 역설의 토양을 마련해가기도 한다”고 평했다.

 신달자 시인은 표사를 통해 “‘두베가 내게 올 무렵’은 읽는 이에게 하나씩 두베라는 별을 나누어 주는 시집이다. 아프지만 희망적이다. 내면에 흐르는 풍경과 그 밖에 머뭇거리는 흐름과의 상충은 인간다움과 사랑스러움의 주변을 서성이게 한다”며 “두베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만남이 이루어 내는 과격한 희망이며, 일상적으로 우러르는 빛의 행운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소 시인은 2002년 ‘시와산문’으로 등단, 수필집 ‘봄이면 밑둥에서 새순을 낸다’와 ‘푸나무의 노래’를 펴냈다. 지평선문학상, 산호문학상, 신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문학관 상주작가로 활동하며 전북도민일보에 여성문인에 대한 인터뷰 연재와 스토리텔링으로 지역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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