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
씨앗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
  • 남성희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 승인 2023.07.1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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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식탁에 ‘빨간맛’을 더해주는 스리라차(Sriracha) 소스가 이슈다. 미국에서 스리라차 소스가 품귀 현상을 빚으며 온라인에서 원래보다 무려 10배나 비싼 가격으로 거래가 된다고 한다.

이는 미국과 멕시코 일대가 수년째 가뭄을 겪으면서 소스의 재료로 쓰는 할라피뇨 고추 생산에 차질이 생겨서란다. 업체에서는 지난해 스리라차 소스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가 생산을 재개했으나 아직도 할라피뇨 고추가 부족해 공급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바다 건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기습적으로 폭우를 쏟는 장마까지 길어지며 작물의 생육이 나빠져 현재 채소,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미래 농업 전문가들은 2050년이면 우리나라가 기후 온난화로 고추, 마늘, 양파를 키우는 데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스리라차 소스만큼 우리의 식탁도 불안하다. 날로 나빠지는 지구환경 속에서 우리는 우수한 미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발표하였다. 기초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해외 공급망을 넓혀 외부 충격에도 굳건한 식량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중 곡물 수급 안정을 위해 국내 생산과 소비 기반을 확대하여 주요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눈에 띈다. 그렇다면 주요 작물의 생산을 안정화하기 위한 구비조건은 무엇일까? 씨앗, 즉 우수한 토종 종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미래 예측 불가한 환경변화에도 잘 자라고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우수 종자를 많이 쥐고 있을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자국의 종자 주권을 지키고 농업 유전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종자는 작다. 모양새도 꽃이나 과일처럼 예쁘지도 않다. 그러나 키우면 한 알 한 알이 엄청난 양으로 불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그 안의 유용성분들은 인류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렇듯 농업적 이익 외에도 종자는 지구환경 보호, 생물다양성 보전, 연구와 혁신, 문화적 가치, 국제무역 등 다양한 측면에 이바지해 왔다.

그중 ‘식량’으로서의 종자는 인류 역사와 발걸음을 나란히 하며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태초부터 인류는 종자를 먹으며 생존을 유지했고, 다양한 종자를 식량으로 만드는 ‘농경’을 통해 문명을 더 풍요롭게 일굴 수 있었다.

종자는 단순히 배를 채워주는 음식뿐만 아니라 질 좋은 영양과 기능성을 제공해 인류의 건강증진에도 도움을 주었다. 종자와 그 산물인 작물에는 인체에 유익한 다양한 효능이 함유되어 있다. 햄프시드, 차전자피, 질경이 등의 종자에서 추출한 물질을 이용하여 혈관질환 또는 소화기 기능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항암효능이 있는 배추, 이뇨효과가 있는 오이, 혈당을 낮추는 고추뿐 아니라 최근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상추도 개발되었다. 생명공학 기술 융합을 통해 버드나무 추출물로 만든 아스피린, 팔각회향나무에서 유래한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등은 종자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인용될 정도로 유명한 바이오산업 성공사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종자 산업에 1조 9,410억 원을 투자해 신육종기술 상용화와 핵심종자 개발 등을 추진하는 ‘제3차 종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종자육성에 경쟁력 있는 핵심 종자 개발에 집중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작물을 육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관련 산업 규모를 1조 2,000억 원으로 키우고 수출액을 1억 2,000만 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씨앗은행에는 국내외에서 수집한 후 보존, 증식, 평가, 활용을 위한 자원들이 잠들어 있다. 식물 종자는 249,863자원이며, 여기에 식량, 원예, 특용, 곤충과 가축 자원까지 더해지면 그 수는 342,745자원에 이른다. 기후변화로 점점 심해지는 이상기상을 거뜬히 버티고 쑥쑥 자라 우리를 먹여 살릴 새로운 식량으로서, 종자가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수 종자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남성희<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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