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 박대길 전북민주주의연구소 소장
  • 승인 2023.07.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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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길 전북민주주의연구소 소장

 지금으로부터 2개월 전인 5월 18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과 4·19혁명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참으로 축하할 일이고, 등재를 위해서 애쓴 모든 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이제는 동학농민혁명 정신의 선양과 계승을 널리 알리고, 높여야 한다. 인권과 민주, 평등과 자유와 평화를 실현하고자 한 선열의 뜨거운 가슴을 고이 간직하고 확산해야 한다.

 인류가 생산한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기준은 “진정성?완전성?세계적 중요성”이다. 그리고 목록 선정 기준은 “국가 기관이나 이에 준하는 기관이 소장한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물로 보존 및 관리 대책이 명확한 자료”였다. 전자는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필요한 기준이고, 후자는 등재를 신청하는 국가에서 정한 자체 기준이다. 따라서 전자는 임의로 바꿀 수 없는 기준이지만, 후자는 등재를 신청하는 국가가 얼마든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목록」 개요를 보면, 동학농민군이 생산한 기록물 30건(16.2%) 269쪽, 동학농민혁명 관련 민간 기록물[동학농민군을 진압한 사람들의 기록물, 동학농민혁명 견문 기록물] 33건(17.9%) 3,282쪽, 조선 정부가 생산한 보고서와 공문서 122건(65.9%) 9,581쪽으로 나뉜다. 이 수치로 보면, 조선 정부와 진압군의 기록물이 138건으로 74.59%이고, 동학농민혁명 견문 기록물이 대체로 유림을 비롯하여 기득권층의 기록이라고 할 때, 그 건수와 비중은 155건 83.78%이다. 따라서 동학농민군이 생산한 기록물은 16.2%에 그친다. 그래도 그 당시 정황을 고려한다면, 높은 비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학농민군이 생산한 30건 중 18건이 동학의 접주 또는 육임 중의 하나인 대정이나 집강 등을 임명하는 임명장이고, 3건은 동학농민군 명단이다. 21건이 임명장 또는 동학농민군 명단으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직접적인 사료라기보다는 참고 자료이다. 나머지 9건 중 1894년 당시 작성한 문건은 5건에 불과하고, 4건은 1920년대 작성한 문건과 연대 추정 불가 문건[사발통문]으로 후대의 기록물이다.

 그나마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한달문과 유광화 편지에 관한 설명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여 체포된 한달문이 나주 감옥에서 고향 집의 어머니에게 구명을 요청하면서 보낸 편지”,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유광화가 고향에 있는 동생에게 군자금을 보내달라고 보낸 편지”라는 설명이다. 군자금을 보내달라며 보낸 편지에는 동학농민혁명의 정당성을 담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구명을 요청하는 편지는 얼핏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행위를 부정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동학농민군이 작성한 30건의 내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185건의 16.2%를 점유한 것으로 홍보한다. 그러나 엄격하게 따지면 9건에 불과함으로 약 5%에 그친다. 지나친 침소봉대(針小棒大)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분량을 들여다보면 비교하는 것조차 남 살 시리다.

 1894년 사건을 법제와 학제에서 ‘동학농민혁명’과 ‘동학농민운동’이라 하여 동학과 농민이 결합한 ‘혁명’ 또는 ‘운동’으로 분명히 하였다. 그런데 동학교도의 참여를 증명하는 임명장이나 명단과 달리,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등 동학의 핵심 경전은 빠졌다. 그리고 실질적인 동학농민군 진압군으로 인륜을 거스른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한 일본군의 기록, 즉 『주한일본공사관기록』을 비롯하여 일본군 첩보원들의 기록을 모두 제외하였다. 일본군의 만행을 지적하면서 그들의 기록물을 빠뜨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필자의 무지인가. 그렇다면 정부 문서는 왜 포함하였는지 궁금하다.

 박대길<전북민주주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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