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정권, 속 끓는 국민
‘내 맘대로’ 정권, 속 끓는 국민
  • 안호영 국회의원
  • 승인 2023.07.12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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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국회의원
안호영 국회의원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라 했다. 추상같은 권력을 갖고 있던 옛 왕들조차 백성을 하늘같이 섬겨야 했거늘, 윤석열 정부의 전횡에는 거리낌이 없다. 민주공화국, 주권을 가진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하는 나라.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과는 사뭇 거리가 멀지 않은가. 이 정권의 행태를 곱씹어보자니 우리 헌법 첫 줄에 자리한 민주(民主)의 가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부에 ‘독재’라는 표현이 붙곤 한다. 혹자는 “대통령 욕을 해도 잡혀가지 않는데 무슨 독재냐”고 반문한다. 전투경찰들의 우악스러운 군홧발에 짓밟히고, 남산 자락 어딘가로 끌려가 온갖 고문에 시달리는 것만이 독재던가. 독재의 영단어 autocracy는 [auto 스스로]+[crac 지배]+[y 명사]가 결합한 형태다. 권력자가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지배하는 체제가 곧 독재다. 정책도, 법 해석과 집행도 모두 내키는 대로 하는 이 정권에 독재 딱지를 붙이는 일이 억지스럽지 않은 이유다.

사례를 들어보라 하면 고르기가 힘들 지경이다. 최근 몇 달만 되짚어봐도 차고 넘친다. 양평군민의 십수 년 묵은 숙원사업인 양평-서울 고속도로가 갑자기 백지화되어 버렸다. 발단은 이렇다. 지난 7년간 종점으로 예정됐던 곳이 갑자기 바뀌었고, 하필 그곳이 윤 대통령 처가 소유 땅 인근이다. 타당성 검토까지 마친 노선이 왜 아무도 모르게 바뀌었는지, 누구 주도로 이루어진 것인지 의혹투성이다. 권력형 비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의혹에 대한 이 정권의 태도는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겠다”였다. 앞뒤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해명은 둘째치고, 정책을 결정하는 데 국민을 위하기보다 제 감정을 주체 못 하는 추한 꼴도 보였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의혹 해소보다는 “사업 백지화는 민주당 때문이며 사과 없이는 재추진도 없다”는 뻔뻔함까지 뽐냈다. 십수년간 공들였던 사업이 ‘장관의 말 한마디’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양평 주민의 몫이다.

어디 그뿐이랴. 핵폐수 방류 대응에서 국민은 아예 실종됐다. 정부는 지난 7일 정부합동 브리핑을 열어 일본의 핵폐수 처리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지었다. 온 국민이 반대하는 핵폐수 방류에 사실상 찬성의 손을 들어준 준 셈이다. 이 정부 들어 핵폐수 처리 문제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의 보도자료에 ‘우려·유감·반대’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고 하니,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 놀랍지도 않다. 그냥 ‘내 맘대로’하겠으니 불평 말고 따라오기나 하라는 격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 모두가 걱정하는 문제를 괴담으로 몰아붙인 악질적 행태다.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과학’의 근거는 IAEA 보고서뿐이다. 이 보고서가 과학적 객관성을 가지려면 다른 어느 누구라도 같은 과정을 거쳐 같은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조사권한 없는 시찰단을 보내며 독자 검증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냥 허울뿐인 시찰로 방류에 명분만 만들어 준 셈이다.

백번 양보해 IAEA의 보고서를 신뢰할 수 있다 치자. 하지만 소위 처리수에서 방사성 물질이 임의의 기준치 이내 수준으로 검출된다는 것이 전부다. 현재 기술로 확인할 수 없는 핵종은 더 없는지, 혹은 먹이사슬을 거쳐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정말 안전한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미완의 과학이 국민의 합리적 의심을 괴담으로 뒤바꾸는, 내 맘대로 정권의 요술지팡이가 됐다.

이밖에도 언론탄압 선봉자 이동관 씨의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노동자를 분신으로까지 몰고간 노조탄압, 명분 없는 부패·적폐 세력 사면까지. ‘내 맘대로’에 끝은 없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정수는 ‘국민의 뜻을 대신한다’는데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목표가 그 뜻에 반해 국정을 제멋대로 운영하는 대통령으로, 역사의 죄인으로 남는 것은 아니리라 믿고 싶다. 쓴소리할 줄 아는 여당, 귀 기울일 줄 아는 대통령이 되어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를 하시라.

안호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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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07-31 17:00:28
우리는 항시 싸우면서 성장하는 민족인가요?
우리의 여야정치인들은 서로가 악질적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으니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정치인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서라는 말은 거짓말이고 오로지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빠져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서로가 갈라치기가 심한 민족이니 남북이 분단되었고 수십 년간 민주주의 공산주의 타령으로 싸우더니 경상도와 전라도 지금은 여야의 싸움이 극한에 이루고 있으니 이 나라 미래가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국가에서 젊은이들이 무엇을 믿고 어떻게 자식을 낳을 수 있겠으며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