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되고, 가스는 안 된다
전기는 되고, 가스는 안 된다
  • 신영대 국회의원
  • 승인 2023.07.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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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대 의원
신영대 의원

지난 2월, 일명 ‘난방비 폭탄’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 온 국민이 손을 떨었다. 대폭 인상된 도시가스 요금에 아껴 썼는데도 1년 전보다 난방비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세대도 있었다. 가정용 난방을 사용하는 서민뿐 아니라, 고물가로 삶이 팍팍해진 자영업자들, 공장 가동을 위해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중소기업인들에게도 혹독한 겨울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5월, 7월, 10월 네 차례에 걸쳐 도시가스 요금을 MJ(메가줄)당 5.5원(약 38.7%)이나 올렸다. 올해 5월에도 1.04원/MJ을 인상했다.

지난 1월 한국가스공사는 주택용 도시가스 원료비 미수금 9조 원을 올해 전액 회수하려면 가스요금을 MJ당 39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을 국회에 제출했다. 1월 서울시 주택용 가스 소매요금이 MJ당 19.69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MJ당 58.69원까지 인상해야 미수금을 털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인상분의 7배가량 더 올려야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가스 산업은 도매 독점, 소매 독점 구조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상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수입은 한국가스공사만 할 수 있다. 제3기관의 중립적인 관리, 감독, 심의 없이 한국가스공사 자체적으로 천연가스 도매요금을 산정하고 있으며, 세부 산정 내역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난방비는 급등하는데, 가스요금 체계가 투명하지 않아 분쟁도 급속도로 늘었다.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과 주거 목적 이외의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업무난방용 도시가스 요금은 2020년까지만 해도 MJ당 17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업무난방용 가스요금은 2021년 12월 22.01원/MJ에서 2022년 12월 34.69원/MJ으로 1년 새 57.6%나 급등했다. 지난 연말 기준 주택용 요금의 1.8배까지 오른 것이다.

한 자영업자는 1층 매장 업무난방용 계랑기와 2층 주택용 계량기를 분리하지 않아 수십만 원의 요금을 물게 됐다.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도시가스사업자는 배관 설치 시 용도별로 구분해야 한다는 명확한 지침이 없어 책임지기 어렵다고 주장했고, 가스공사는 소매 단위의 요금과 관련된 부분은 관할 도시가스사와 해당 지자체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가스산업과 달리 전력산업에는 분쟁을 관리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별도의 전문 감독기구가 존재한다. 2001년 4월, 전력산업 감독기구인 ‘전기위원회’가 출범했다.

전기위원회는 행정편제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으로 되어 있으나, 실질 업무 수행에 있어 주도적으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전기사업의 진입, 퇴출규제, 전기판매사업자의 공급약관 인가 등의 심의, 경쟁촉진 및 불공정 행위 규제, 소비자 권익보호 등의 업무와 함께 ‘분쟁 재정(裁定)’ 기능을 수행한다. 재정이란 당사자 간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를 할 수 없는 경우에 위원회가 협의 사항을 결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

가스위원회를 신설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각종 가스 공급 인프라 사용에 관한 사항, 가스공급계획 변경 명령, 안전관리규정 변경 명령, 시설공사계획 승인, 총괄원가 산정에 관한 사항 등을 가스위원회에서 심의한다. 더불어, 도시가스사업과 관련한 분쟁 재정 신청을 받아 조율한다.

정부는 이미 산업부에서 가스분야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기에 가스위원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문위원회는 재정 기능 측면에서는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분쟁에 대해 전문적이고 신속한 조정에 한계가 뚜렷하다. 가스요금이 급등한 것도 서러운데, 억울한 사람들은 누가 구제할 것인가. 국가와 사업자, 사업자와 사업자, 사업자와 국민 등 다양한 갈등은 누가 해결할 것인가.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에너지는 전기만이 아니다.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가스위원회를 운영함으로써 공정한 가스 시장환경을 조성해 국민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가스위원회는 서민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신영대<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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