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검색도 필요없는 챗GPT시대
사색과 검색도 필요없는 챗GPT시대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3.07.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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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2년 출시된 챗GPT가 전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chat GPT는 미국의 AI(인공지능) 연구재단 Open AI가 2022년 11월 공개한 초거대 언어모델 GPT-3.5 기반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을 말한다.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사전 학습된 대화 생성 트랜스포머)의 약자인 GPT는 머신러닝을 통해 미리 학습해 이를 문장으로 생성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언어를 만들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 즉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을 뜻한다.

사용자가 채팅하듯 질문을 입력하면 챗GPT는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이 답을 하는 것처럼 문장을 만들어 답을 해준다. 챗GPT는 단순히 정보를 짜깁기하는 수준뿐 아니라 에세이, 소설, 시, 그림 등과 같은 창작물, 프로그래밍 코드까지 생성해 준다. 챗GPT는 미국의 로스쿨과 경영전문대학원(MBA), 의사면허 시험에 잇따라 합격하고 공상과학영화에서 보았던 인간이 로봇과 대화하는 것들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학교 현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 노던미시간대 철학과에서는 학생이 제출한 우수에세이가 챗GPT를 이용하여 작성된 것이 발각되어 해당 교수는 인터넷 사용이 제한된 곳에서만 에세이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뉴욕시는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이 챗GPT를 쓰지 못하도록 네트워크에서 챗GPT 접속을 차단하였다.

챗GPT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표절과 지적재산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 현재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했기 때문에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정보의 신뢰도도 100%가 아니다.

제일 큰 우려는 챗GPT를 이용하게 되면 학생들은 사고뿐 아니라 검색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도 학생들은 책을 잘 읽지 않고 검색이나 소셜네트워크(SNS)에 더 몰두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일찍 노출되는 아이일수록 책 읽기를 어려워한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책을 안읽는 이유를 물어보니 학생들은 ‘스마트폰, 텔레비전, 인터넷게임 등을 이용해서’를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사람은 독서를 통해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사색을 하게 된다. 독서는 직접 경험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만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에 갇히는 것을 피하게 해 준다. 독서는 전문적인 지식 외에도 폭넓은 교양을 제공하여 자신의 정신세계를 가꾸고 인격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검색은 궁금한 것이나 생각할 것이 있을 때 책이나 컴퓨터 등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아내는 일이다. 검색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다. 그렇지만 검색해서 나온 자료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정의에 불과하다. 회의나 토론회가 있는 날이면 그와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해서 답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 어느 순간 그 학생이 답을 하지 않아 다른 친구들이 궁금해 했다. 친구들이 학생에게 이유를 묻자 그는 ‘핸드폰의 배터리가 떨어졌어.’라는 답을 했다. 평소 머리로 생각하는 대신 손끝으로 검색하는 것에 익숙했던 학생은 검색을 할 수 없는 순간 답을 할 수 없는 바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 방법이 달라졌다. 책이 없던 시절에는 자신의 경험이 가장 큰 지식과 정보였기 때문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대접을 받았다. 책이 나오면서부터는 다른 사람의 지식과 경험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게 되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선지자가 되었다. 이제는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있고 검색엔진을 통해 언제든지 가져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고민할 필요도, 기억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이제는 정보의 검색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단어 몇 개만 넣으면 챗GPT가 문장을 완성해주는 시대가 되었다. 여기에는 사색도 없고 검색도 없다.

우리나라 1세대 IT 벤처 창업가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독서를 강조하는 책 예찬론자다. 책을 멀리하게 하는 검색(검색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공동대표 역임)과 SNS(카카오톡) 환경을 만든 주역 중 한명인 그가 “책이야 말로 나의 멘토이며 독서에서 얻은 울림과 이를 통한 사색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어느 인터뷰기사에서 이야기하였다.

독서는 저자가 평생 바쳐 얻었던 지식과 깨달음을 짧은 시간 내에 얻을 수 있다. 책 한권을 읽다 마주친 한 구절의 울림은 크다. 그 구절이 몇날 몇일을 사색하게 만들고 자신을 성찰하게 만든다. 반면에 검색을 통해 얻은 내용은 핵심적인 한두 구절이 전부일 때가 많아 그 구절이 나오게 된 전후 문맥을 파악하기 어려워 감흥이 적다. 챗GPT시대는 사색도 검색도 하지 않게 되어 생각을 멈추게 한다. 챗GPT시대에 생각하는 방법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독서가 중요하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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