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교육 실종’ 안타깝다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대한민국의 ‘교육 실종’ 안타깝다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
  • 승인 2023.07.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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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온 ‘사교육비’는 근래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총액은 폭증하고 있다. 사교육비로 인한 ‘에듀푸어’ 세대는 초저출산의 인구재앙과 노후 빈곤 등 암울한 미래와 직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소위 ‘사교육 카르텔’과 ‘킬러 문항’ 등이 지금 대한민국을 또 한 번 흔든다.

 정부에서 최근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23.06.21)의 핵심은 2가지다. 학력진단을 강화하여 초3·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해 학력평가를 ‘모든’ 학생에게 실시하는 것과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여 학생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중 학력진단 강화는 초등학교부터 문제풀이와 사교육비 등 부작용을 증폭할 것이며, 자사고 존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반고 황폐화를 가속시킬 것이 자명하다.

 전체적인 교육제도와 여건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는데, 소위 ‘킬러문항’을 걸러내고 ‘사교육 카르텔’을 깬다고 사교육이 사라질까? 아니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사교육은 오히려 들썩이고 있다.

 학력을 선다형 시험성적으로 규정할 경우, 교육당국이 노력하여 시험성적이 높아진다고 하여 우리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가 나아질까? 그렇지 않다. 주입식 문제풀이 교육은 학생들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

 학력저하의 원인을 일제고사 중단으로 보는 당국의 인식도 놀랍다. 교육당국은 2017년 표집평가로 전환한 후 여러 지표에서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하다고 주장한다. 학력진단을 강화하면 학력이 높아질까? 아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부작용만 이미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학력진단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선생님은 학력수준이 낮은 학생들을 이미 알고 있다. 선생님들이 학생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다양한 학습지도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선생님과 학생 간 신뢰를 전제로 ‘교육적 관계’를 복원하고, 학생의 자발적 학습이 일어나도록 학습동기를 제공하며, 학습의욕이 큰 학생들이 학급의 학습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부모의 공교육에 대한 기대를 되살려야 한다.

 하버드 등 세계적인 대학들조차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시대에, 정부는 대부분 학생들을 경쟁적인 대학입시의 대상으로 본다. 전국의 모든 학생을 한 줄로 세운다.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과 잠재능력 개발에 관한 진지한 인식과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개인·출세주의 교육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부모들이 모순된 교육현실에 자발적으로 편입되는 한, 기득권층의 엄청난 비용지출이 계속되는 한, 대학입시가 바뀐다고 한들 사교육비는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유·초·중·고 내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불행은 계속될 것이다.

 정신없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미래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은 문해력과 말하기 등 소통능력과 인성이다. 주체적 사고능력과 창의력, 계속 학습할 수 있는 능력 등이다.

 시대 변화는 유튜브를 넘어 이제 인공지능 챗GPT까지 하루하루 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식의 평준화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학 간 수직적 학벌구조도 무너져내리고 있다. 우리 교육의 인식과 제도만이 구시대적 착오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국가발전에 최대 걸림돌이 되어 있다.

 이제 교육의 대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교육시스템으로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시스템과 교육당국은 기득권 유지의 틀에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교육당사자인 우리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절박한 각성과 함께 행동에 나서야만 하는 이유이다.

 황호진<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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