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노래방
지붕 없는 노래방
  •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 승인 2023.07.0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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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군사정권시절에는 체제유지를 목적으로 국민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우민화정책을 펼쳤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대중의 관심을 스포츠로 쏠리게 했던 서글픈 역사가 있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1982년 각 지역을 기반으로 창단된 6개의 구단이 있었으니 이들의 경기는 지역의 자존심 대결로 이어져 체제유지와 국민화합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초과달성하지 않았었나 싶다. 선수는 물론 관중까지 하나가 되어 홈에서만큼은 상대편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편견과 오기로 이런저런 사고도 잦았었는데 벌써 어언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필자 역시 학창시절 프로야구에 푹 빠져 경기가 있는 토요일이면 수업을 땡땡이치고 표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서 애태웠던 기억이 선하다. 혹여 표를 구하지 못하면 친구들과 큰 나무에 올라가 위험한 도둑관람을 할 때도 많았었다. 어린 마음에도 우리지역에 연고를 둔 구단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염원으로 목이 터져라 응원할 수 있었던 열정이 지금 생각해봐도 참 대단했었다. 경기장 안의 분위기는 더더욱 대단했는데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일사불란한 응원대결도 경기 못지않게 흥미진진했었다.

구단마다 상대팀의 기선을 제압하고 관중의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응원가를 지정했었는데 지역 특색에 맞는 대중가요가 대부분으로 가령 신나고 빠른 남행열차, 부산갈매기, 연안부두 등이 대표적이었다.

장단에 맞춰 큰북이 쿵쿵거리고 늘씬한 치어리더들의 격동적인 율동이 더해지면 다들 미친 듯이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따라 부르던 야구구장은 마치 지붕 없는 커다란 노래방을 방불케 했었다. 아무리 점잖던 관람객도 덩달아 분위기에 취하고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게 하는 관중석은 가히 열광의 도가니였다.

비단 야구장뿐만 아니라 축구나 농구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을 터인데 일주일 동안 쌓였던 온갖 스트레스를 노래와 율동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물결파도응원으로 한방에 날려 버리고 즐길 수 있어서 좋았지 않나 싶다.

더구나 해태 타이거즈가 호남을 대표하던 그 시절 전주시를 연고로 창단된 쌍방울 레이더스는 우리지역의 자존심을 되살리고 도민들이 하나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었다.

1990년부터 약 10년 동안 도민들의 가슴속에 쌍방울이 울려 퍼지게 했고 주말마다 덕진동 야구장에서는 하늘을 찌르는 함성이 메아리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끝까지 구단을 지켜내지 못하고 인천으로 매각되던 날 얼마나 허탈했던지 아쉬움에 타구장을 기웃거려 봤지만, 양자 취급받는 것 같았는데 수원에 연고를 둔 KT에 고배를 마신 일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컸었다. 현재 우리지역엔 고교 3군데, 대학 2군데의 야구부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좀 더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9회말 2아웃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했었던 군산상고의 신화가 다시 한 번 부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때는 건전한 스포츠가 우민화정책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골프, 축구, 야구는 물론 각종분야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위상과 실력이 세계의 탑을 차지하고 있듯이 우리지역에서도 스포츠 꿈나무 육성을 위해 보다 체계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때맞춰 전주시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복합스포츠타운 조성을 위한 첫발로 육상경기장 및 야구장 건축공사 착공식이 있었는데 운 좋게도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가 공사를 수주하여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영원히 기억되어질 최고의 야구장 건립에 온 정성을 다해야겠다.

오래전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건축되었던 전주 종합경기장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전주 월드컵경기장 일대에 조성되는 종합스포츠타운이 우리 전주시를 대표하는 휴식공간이자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야구장 준공과 더불어 복합스포츠타운이 조성되는 3년 후에는 주말마다 각 구장에서 전주시민들의 함께하는 노랫소리가 울러 퍼지고 언젠가는 전주시에 기반을 둔 프로야구단도 창설되어 다시 한 번 지붕 없는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떼창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왔으면 싶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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