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없는 아이의 비극을 멈추려면
생일이 없는 아이의 비극을 멈추려면
  • 이지혜 전주덕진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승인 2023.07.04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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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출산 후 출생신고가 되지 않는 아동은 2,23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출생미등록으로 ‘생일이 없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이 이어지며 출생통보제의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정부는 모든 아동들이 공정한 성장과 두텁고 촘촘한 복지서비스를 누리도록 2023아동정책기본계획 청사진을 마련하였으나 국민으로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은 모든 법과 정책 밖에 위치하여 국가의 정책대상에 속하지 못한다. 최근 출생미등록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망소식 역시 이것을 반증하는 것일 것이다.

현재 가족관계등록법상 출생신고의 의무는 부모에게 있으며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제한책의 전부이다. 정부는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 수립 시, 모든 아동에 대한 공적등록제도 도입을 위해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직접 등록하는 출생통보제와 임산부가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하는 경우의 위험을 막기 위한 보호(익명)출산제 도입을 정책과제로 삼았다. 또한 2022년 3월, 정부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최근까지 국회에 계류된 상태였고, 2023년 6월 28일 드디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를 통과했다.

‘생일이 없는 아이들’의 비극이 연이어 들려온 이후, 늦었지만 출생통보제의 추진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으로 모든 아이가 국가의 안전망에 속할 수 있을 것이라 안심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통과된 법안이 하루 빨리 시행되고 현장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하여야한다. 또한 산모가 의료기관에서의 의무적인 출생등록을 피하기 위해 안전하지 못한 출산방법을 선택하지 않도록 하고, 모든 아이들을 국가의 안전망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보완책으로 논의되는 보호출산제의 도입 추진 시, 아동이 부모를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고 부모가 너무나 쉽게 책임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마련 역시 필요하다. 정부는 누구나 아이를 양육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사회는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볼 수 있는 인식 변화를 이루어 ‘생일이 없는 아이’의 또 다른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지혜 <전주덕진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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